경제·금융 경제동향

금융수장 인선서 소외 된 금피아 "예탁원이라도 사수하자" 안간힘

한국거래소·신보·기업은 등

수장 줄줄이 임기 끝나지만

금융위 출신 내정자 없고

캠코 자리는 기재부에 뺏겨

예탁원 사장이 '마지막 퍼즐'

유광열·김용범·이병래 물망속

정치권 낙하산 인사가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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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공기업 수장 인선이 줄줄이 대기 중인 가운데 금피아(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마피아)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한때 민간 금융회사 인사까지 광범위하게 관여하던 이들이건만 최근 들어서는 제 밥그릇 챙기기에도 벅찬 모습이 역력하다. 이달 말 한국거래소를 시작으로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신용보증기금·IBK기업은행 등 금융위가 관리·감독하는 금융 공공기관 수장들의 임기가 줄줄이 만료되지만 아직 금융위 출신이 내정된 자리는 없다. 이런 가운데 올해 금융 공공기관 수장 인선의 마지막 퍼즐인 한국예탁결제원 사장 자리를 놓고 금융위 내부에서는 “여기라도 사수해야 하는데…”라는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2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한국예탁결제원의 임원추천위원회는 다음달 14일 국정감사가 끝나는 대로 본격적인 사장 후보 물색 작업에 돌입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유재훈 사장의 임기 만료 두 달 전 임추위를 구성해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임추위는 구성했지만 아직 본격적인 인선 작업은 시작하지 않았다”며 “임추위가 후보군을 선정하면 검증 작업 등을 거친 뒤 금융위원장이 대통령에게 임명제청하는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금융위 1급이나 기획재정부 1급 중에서 유재훈 현 사장의 후임이 결정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지만 최근 들어서는 금융위 출신이 가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는 모습이다. 올 하반기 주요 금융기관장 인선에서 ‘금융위 몫’이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큰 장’이 섰다는 하반기 금융 공기업 인선에서 금융위 출신의 퇴조 현상은 뚜렷했다. 대통령인수위원회 출신인 정찬우 전 금융위 부위원장이 한국거래소 이사장에 낙점된 데 이어 IBK기업은행장 하마평에는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오르내리고 있다. 정 전 부위원장의 경우 금융위에 잠시 몸담기는 했지만 금융연구원 출신의 학계로 분류된다. 조인근 전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은 금융권 경력이 전무함에도 불구하고 한국증권금융 감사로 선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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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코 사장에는 문창용 전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이 최근 낙점됐다. 홍영만 현 캠코 사장과 유재훈 한국예탁결제원 사장 모두 금융위 출신인데 두 자리 중 하나인 캠코를 기재부에 빼앗긴 셈이다. 이번에 예탁원을 금융위가 사수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유력한 후보군으로는 유광열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과 김용범 사무처장, 이병래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이 거론되는 가운데 유 원장과 이 위원의 2파전이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1급 경력으로 보면 김 처장이 가장 길고 특히 증선위 상임위원, 사무처장 등 본부에 있었다는 점이 부각된다. 그러나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최근 기업 구조조정에 매진하면서 나머지 금융위 소관 업무를 김 처장이 챙기고 있다는 점을 볼 때 빠지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외부 인사가 변수다. 정권 막바지인 만큼 청와대나 정치권에서 낙하산이 추가로 올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금융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예탁원 사장 자리에 꼭 정부 인사가 가야 한다는 보장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현재 인사 판을 보면 정치권에서 낙하산이 내려올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결국 청와대 의중이 중요하건만 정작 금융당국은 이를 확인할 방법이 없어 답답한 처지다. 정찬우 전 부위원장의 경우 청와대 핵심인사들과의 인맥으로 금융권 인사와 관련해 청와대와 금융위의 연결고리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그 역할을 할 인물이 없다. 금융권 안팎에서 “금융 공기업 인사와 관련해서는 후보 추천을 하는 금융위 인사 라인보다 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 후보에게 물어보는 게 더 빠를 것”이라는 얘기마저 나온다. 금융당국 내부에서조차 “인사철이 오니 구정(정찬우 전 부위원장)과 신정(정은보 현 부위원장)의 차이가 확연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위가 굵직한 자리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불똥은 되레 금감원으로 튀고 있다. 과거에는 금감원 국장 출신이 갔던 자리에 금융위 출신들이 대거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김수봉 보험개발원 원장 후임으로 성대규 전 금융위 국장은 물론 FIU 원장을 지냈던 박재식 전 한국증권금융 사장이 거론되고 은행연합회 전무에 홍재문 전 금융위 국장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이 단적인 예다.

조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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