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Hot 이슈] 증권 매각 불발… 현대그룹 구조조정 어떻게

자구 통해 3.5조 확보… 현대, 유동성 위기 가능성 낮아


산업은행 등 채권단 대출 만기 연장… 상선 영구채 발행으로 한숨 돌려

공개매각·제2의 대안 찾기 중 고심

대우증권 매각일정과 겹쳐 재매각 논의는 내년으로 미뤄질 듯


현대그룹의 재무구조 개선안 중 핵심 과제인 현대증권 매각은 물거품이 됐지만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대출연장과 현대상선의 영구채 발행으로 유동성 위기에 빠질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대출연장 등은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일 뿐이어서 얼마나 빠르게 현대증권을 처리하느냐에 그룹 정상화 속도가 달린 것으로 분석된다.

20일 금융계와 해운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23일인 현대상선의 주식담보대출 2,000억원의 만기를 현대증권 매각이 끝나는 시점으로 연장하기로 했다. 현대상선은 지난 4월 현대증권 매각대금이 들어오면 갚는 조건으로 산은에서 이 자금을 빌렸지만 19일 일본계 사모펀드 오릭스PE가 인수를 포기하면서 대출을 제때 갚기가 곤란해졌다. 산은은 현대증권 매각을 다시 진행할 수 있고 이번 계약 파기의 원인이 매수자에 있는 만큼 대출만기 시점을 미룬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상선은 22일까지 상환해야 하는 회사채 3,716억원도 회사채 신속인수제를 통해 만기 연장하기로 해 당장 유동성 위기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4월 돌아오는 1,600억원가량의 회사채도 이변이 없다면 만기연장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현대그룹은 금융 3사 매각으로 6,457억원가량을 확보할 계획이었지만 오릭스PE의 갑작스러운 인수 포기로 자금조달 계획이 백지화되면서 그룹 유동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2013년 말 제시한 자구안 3조3,000억원 가운데 금융 3사 매각대금이 20%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그룹은 자구안 외에 계열사·자산 매각과 채권단의 협조로 자구목표의 상당 부분을 달성한 만큼 "유동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이날 현재 현대그룹이 자구계획을 통해 마련한 자금은 3조3,318억원으로 목표를 웃돌고 있다. 현대증권 매각은 불발됐지만 산은이 2,000억원의 대출만기를 늘려줬고 애초 계획에 없던 현대로지스틱스 매각(6,000억원) 등으로 선제 대응한 것이 주효했다. 현재 현대상선이 3,000억~4,000억원의 영구채 발행을 추진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현대그룹은 최소 3조5,000억원가량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유동성 위기에서는 벗어났지만 산은 대출금 상환 등 부채를 줄이려면 신규 자금 확보는 꼭 필요하므로 현대그룹은 산은 등 채권단과 후속대책 마련을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양측은 새롭게 현대증권 공개매각을 추진할지, 차순위 협상자였던 파인스트리트와 다시 접촉할지, 제3의 대안을 찾을지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현대증권을 다시 매각한다더라도 이 작업은 내년 상반기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산은이 내년 초 완료를 목표로 자회사 대우증권 매각에 나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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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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