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업무 저성과자 해고 전에 공정한 인사평가·재교육 기회줘야"

■ '직무능력 중심 인력운용 방안' 전문가 토론회

불필요한 분쟁 예방할수 있게 판단기준 구체·체계화 필요

인사고과제 마련때 근로자 참여 보장하고 정정권도 줘야

정부 '지침' 논의 본격화… 노정갈등 '또 다른 뇌관'될 수도


노동개혁 5대 입법에 대해 노동계가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일반해고·취업규칙 등 2대 지침(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 위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11일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직무능력 중심의 인력운용 방안 모색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를 열고 의견수렴에 나섰다. 이번 토론회는 사실상 정부안의 기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날 토론회에서 사용자가 업무 저성과자와 근로계약을 해지하려면 '객관적 평가 기준'에 따른 공정한 인사평가, 직무수행능력을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주도록 재교육이나 재배치 등의 절차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기준과 절차가 마련되더라도 해고는 고용 유지 노력을 다한 뒤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상익 공인노무사는 '직무수행능력 부족을 이유로 한 해고 관련 판례 고찰'이라는 주제로 이 같은 의견을 제안했다.

이 노무사는 "노사 모두가 예측 가능해 불필요한 분쟁이 없도록 관련 법적 쟁점과 판단 기준이 구체적·체계적으로 제시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일반해고(통상해고)와 취업규칙 등 2대 지침(가이드라인) 마련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를 뒷받침하는 것이다.

또 근로자의 직무수행능력 부족이 해고 사유로 인정되더라도 사용자는 해고에 앞서 근로자의 직종·능력·경력·지위, 기업에서 근로자의 배치·이동의 실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임금이나 직무를 재조정하거나 재교육 등 직무수행능력을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 직무능력 향상 프로그램 등의 내용이 미비하고 졸속으로 운영된다면 해고의 정당성이 부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판례에서 센터장을 팀원으로 강등하고 업무량을 제대로 부여하지 않아 결국 해고의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직무수행능력을 발휘하지 못한 이유가 사용자의 불합리한 업무 배치로 인한 것일 때 근로자의 수행능력이 떨어진다고 평가할 수 없다는 의미다.

공정한 인사평가제도의 중요성도 강조됐다. 김기선 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인사평가의 법적 쟁점과 정책과제' 발표에서 "인사고과제도의 공정성 확보 차원에서 절차를 마련할 때 근로자 참여를 보장하고 인사평가에 대한 열람·이의제기·정정 등에 대한 개별 근로자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직무 부적합자나 직무능력 부진자에게는 직무 재배치 또는 그 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를 주고 해고는 공정한 인사평가에 따른 합리적 인사관리가 실시된 후 최후의 수단으로 실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사평가와 관련해서는 사용자는 인사고과가 근로자의 근무실적이나 업무능력 등을 중심으로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가 이뤄지도록 노력해야 하고 인사평가가 불순한 동기로 남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상대평가로 업무 부적응자를 선정하는 것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최하위등급에 의무적으로 10%를 할당하는 상대평가 방식에 의한 인사평가에서 최하위등급을 받았다는 것만으로 업무능력이나 성과가 객관적으로 불량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판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문가 토론회를 시작으로 정부가 '저성과자 해고'를 포함한 2대 지침 논의를 본격화함에 따라 앞으로 노정갈등은 한층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용부는 이르면 다음주 공청회를 열어 정부 초안을 제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국노총은 노동개혁 5대 법안이 합의 내용에 맞게 개선되지 않는 한 2대 지침 논의를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이번 밀실토론회는 지침을 일방시행하기 위한 명분 축적용에 불과하다"면서 "정부에 의해 파기된 노사정 합의에 더 이상 연연하지 않을 것이며 전체 노동자와 함께 비정규직 확산법과 일방적 지침시행 저지를 위한 총력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민주노총 관계자 50여명은 토론회 장소 앞에서 '노동 개악 중단하라'는 시위를 벌였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공정한 평가 기준이란 애초 불가능하며 저성과자해고제를 활용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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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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