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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배기가스 허용량을 위반해 판매정지를 당한 랜드로버의 고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레인지로버(사진)'가 극심한 판매 부진의 늪에 빠졌다. 13일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 9월 '레인지로버' 전체 모델의 판매대수는 68대로 전년 동기(250대) 대비 약 73%나 감소했다. 올 들어 가장 많은 판매고를 올린 3월(407대)과 비교하면 83% 가까이 판매량이 떨어졌다.
1억원에 달하는 가격에도 '강남 싼타페'로 불릴 만큼 많은 사랑을 받아온 '레인지로버'는 불과 몇 달 새 소비자들이 차갑게 돌아서면서 어려움에 빠졌다. 이는 환경부가 지난 7월 레인지로버 이보크 디젤' 모델에 대해 배출가스 허용량을 위반했다며 판매정지를 명령하면서부터다. 현행법에 따르면 '이보크' 같은 디젤 차량은 ㎞당 각각 0.5g과 0.08g 이하의 일산화탄소와 질소산화물을 배출해야 하지만 배기가스 허용 수치를 넘어섰다. 당시 랜드로버 측은 "약 1,600대가 리콜 대상"이라며 "해당 차량에 대한 리콜은 빠르면 이달 중으로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판매정지로 인해 매월 100대 이상 팔렸던 '레인지로버 이보크'는 지난 8월부터 판매량이 제로가 됐다. '레인지로버 스포츠 3.0 터보디젤' 모델은 지난 7월(134대)를 정점으로 판매실적이 급감해 지난달에는 10대에 불과했다.
브랜드 이미지 악화로 랜드로버의 전체 판매량도 타격을 입었다. 지난 8월 825대를 판매한 랜드로버는 지난달 180대에 그쳤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의 9월 판매량도 지난해 598대에서 414대로 감소했다.
사상 최대 위기에 놓인 레인지로버는 설상가상으로 8일부터 차량결함으로 인해 3,000여대 가량을 자발적 리콜을 단행했다. 지난 2012년부터 3월 29일부터 올 5월 23일까지 제작된 레인지로버 2,773대에서 도어 시스템과 선루프에 제작 결함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수입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폭스바겐 배기가스 조작 논란으로 소비자들의 촉각이 곤두서있는 상황에서 배기가스 허용량을 초과해 판매정지를 당한 랜드로버가 판매 실적이 좋지 않은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며 "돌아선 소비자들의 마음을 되돌릴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