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피털사의 경영상태를 두고 금융감독원의 낙관론과 신용평가사의 비관론이 팽팽하게 맞서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감독당국과 시장의 간극의 커 금융계 일각에서는 캐피털업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대책 수립에 혼선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카드사를 제외한 캐피털사 등 여신전문금융회사의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지난해보다 25.8% 늘어난 9,597억원을 기록했다. 캐피털사의 순이익이 늘어난 것은 연체율이 하락하면서 대손비용이 줄었고 시중금리가 인하되면서 조달비용 역시 줄었기 때문이다. 이 덕분에 올 6월 말 기준 캐피털사의 총채권연체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47%포인트 하락한 2.11%를 기록하며 건전성도 개선세를 나타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여전사의 건전성과 수익성은 대체로 양호한 상태”라고 평가했다.
금감원의 캐피털사 평가가 낙관적인 데 비해 신용평가사들은 최근 전혀 다른 분석을 내놓았다. 한국신용평가는 KB캐피탈·하나캐피탈·산은캐피탈·신한캐피탈 등 비교적 건전하다는 평가를 받는 금융계 캐피털사들의 경우 최근 자산규모가 급속도로 증가한 데 비해 유동성 관리가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권대정 한국신용평가 실장은 “AA- 등급 캐피털사의 경우에도 유동성 관리가 매우 취약하다”며 “즉시 현금으로 활용할 수 있는 유동성이 3개월 내 만기도래 차입부채의 48%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나이스신용평가 역시 최근 캐피털 업권에 대한 보고서에서 “캐피털사의 연체율은 하향안정화 추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풍선효과와 경기회복 지연 가능성을 고려할 때 캐피털사의 건전성 저하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또 최근 부산·울산·경남 등 구조조정 기업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캐피털사 여신의 부실화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캐피털사에 대한 금융감독당국과 신평사의 평가가 극명하게 갈리면서 정확한 진단과 관리대책 수립이 어려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금감원은 현재 캐피털사의 건전성에 문제가 없는 만큼 해외진출과 부수업무 확대 등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신평사들은 채권투자자들에게 경기침체가 계속될 경우 캐피털사의 건전성 위험이 급격하게 확대될 수 있다며 경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신평사들을 중심으로 시장에서 경고의 목소리가 커지며 산은캐피탈·아주캐피탈 등 시장에 매물로 나온 중대형 캐피털사 매각도 번번이 무산되는 상황이다. 함정식 전 여신금융연구소장은 이와 관련해 “현재의 건전성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금감원과 2~3년 뒤 건전성을 예측하는 신평사의 의견이 지나치게 다른 것이 문제”라며 “시장의 혼란과 관리대책 수립 실패를 피하기 위해서는 캐피털사와 신평사·금감원 관계자가 모여 향후 건전성 등 전망에 대한 의견을 나눠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