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1,090원대만 가면 반등하는 환율...국민연금이 구원투수 역할?

국민연금, 달러 저가매수해

환율 하락압력 대부분 상쇄

18개월째 1,090원대서 지지

달러예금도 가파르게 증가

'대기 매수세' 역할 톡톡

정부 시장개입 어려운상황 속

환율 방어 우군 만난 격



원·달러 환율이 1,090원대에서 탄탄한 지지력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 등 대외 리스크가 잠잠해지면 원·달러 환율이 하락(원화 강세)하다가도 1,090원대에서 막히는 모습이 지난 2015년 5월 이후 1년 6개월째 연출되고 있다. 대외 리스크에 따라 민감하게 출렁일 수밖에 없는 시장여건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최근에는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해외투자를 늘리면서 원·달러 환율을 상당 부분 떠받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연기금이 해외투자를 위해 달러매수에 나서면서 원·달러 하락압력을 어느 정도 상쇄하고 있다는 것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산유량 감축에 합의했던 지난달 29일 원·달러 환율은 하락하며 출발했지만 2원 오른 1,098원 80전에 장을 마쳤고 30일에는 1,104원까지 상승했다. 석유량 감축 소식에 위험 선호 심리가 커졌음에도 원·달러 환율이 상승세를 보인 것에 대해 시장에서는 연기금의 달러 매수와 결제수요가 겹쳐진 효과라고 해석하고 있다.

최근 외환시장에서는 환율이 하락하다가도 1,090원대에서 멈추는 일이 잦다. 실제 지난 8월10일(종가 기준 1,094원)과 16일(1,093원50전), 9월7일(1,090원50전)에도 환율이 1,090원대까지 미끄러지다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환율하락이 멈추는 것은 외환시장의 당국 눈치 보기가 가장 큰 이유지만 연기금의 달러 저가매수 때문이라는 지적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국민연금의 환헤지 하지 않는 달러화 수요는 올해 약 150억달러로 추정된다”며 “특히 환율이 빠질 때 집중적으로 나와 달러를 싸게 사기 때문에 환율 하단을 지지할 때가 있다”고 설명했다.


기본적으로 원·달러 환율은 미국의 금리 인상, 중국경제 리스크,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등 대외변수에 따라 글로벌 금융시장과 맞물려 움직인다. 대외변수가 잠잠할 때는 경상수지, 외국인 자금유입 등 수급요인이 환율을 끌어당긴다. 연기금의 해외투자는 아직 원·달러 환율을 움직이는 주요 변수는 아니지만 무시할 수 없는 변수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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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국민연금은 해외채권 투자 시 환헤지 비율을 현행 100%에서 2018년까지 0%로 축소하겠다는 계획을 4월 발표했다. 환헤지 없는 해외주식과 대체투자에 이어 해외채권에 대해서도 환헤지를 안 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고스란히 달러수요가 된다. 전 연구원은 “내년에는 약 300억~400억달러의 달러 수요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경상흑자 규모(1,000억달러)와 비교해도 적지 않은 규모인데다 앞으로 연기금 규모가 커질수록 영향력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 외에 기관투자가들도 최근 해외투자를 빠르게 늘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3년 744억달러이던 기관투자가의 해외 외화증권투자 잔액은 지난 6월 1,485억9,000만달러로 두 배 이상 불었다. 달러강세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환헤지 없는 투자도 늘고 있다. 정부도 보험사의 환헤지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해외투자를 장려하는 모습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펀드 판매도 최근에는 달러 강세가 예상되니 헤지 비용을 들이지 말라며 환노출형 상품 판매 권유가 많아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달러예금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말 585억3,000만달러이던 외화예금은 지난 8월 673억4,000만달러로 100억달러 가까이 급증했다. 대부분 수출기업들이 보유한 외화예금은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기매수세’ 역할을 한다. 수출대금을 달러로 보유하고 있다가 환율상승 기대감이 커지면 던지는 식이다. 개인들까지 외화예금 가입이 늘어나는 추세다. 외환 당국은 싫지 않은 표정이다. 미국 재무부 등에서 한국의 외환시장 개입에 곱지 않은 눈길을 보내고 있어 환율이 급변하더라도 시장 개입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우군을 만난 격이기 때문이다.

이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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