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IB&Deal

움직이는 연기금...기관들이 돌아온다

美 대선 TV 토론 후 이틀 연속 순매수 등 매매패턴 변화

연기금 전통적으로 4분기부터 매수 늘려 기관장세 기대

연말까지 10조 안팎 순매수 여력..."증시 이끌 가능성"



국내 증시가 4·4분기로 접어들면서 한동안 국내 증시를 떠났던 기관투자가들이 귀환을 서두르고 있다. 올해 3·4분기에만 6조7,000억원을 순매도했던 기관은 지난달 27일(한국시간) 끝난 미 대선후보 첫 TV 토론회 이후 이틀 연속 순매수하는 등 매매 패턴에 변화를 주고 있다. 전통적으로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들이 연간 투자 계획 달성을 위해 주로 4·4분기에 순매수 규모를 확대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관장세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 하순부터 유가증권시장에서 12조7,535억원어치의 주식을 내다 팔았던 기관의 매매패턴이 최근 들어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기관이 주식을 파는 동안 외국인은 13조5,319억원을 순매수하며 증시를 지탱했다.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넘고서도 박스권 상단(2,100포인트)을 좀처럼 넘지 못하는 원흉으로 기관이 지목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기관의 매도 공세는 미 대선에 대한 불확실성이 옅어지고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 등 대외변수가 긍정적으로 돌아서며 뒤집어졌다. 기관은 지난달 27~29일 사흘 동안 3,202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하며 시장수급을 이끌었다. 기관이 하반기 들어 3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기록한 것은 처음이다. 물론 도이체방크에 대한 우려와 한미약품 쇼크 등 돌발악재로 순매도로 돌아섰지만 매매 패턴 변화 흐름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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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가 기관의 귀환에 기대를 거는 배경에는 전통적으로 4·4분기에 기관들이 주식 순매수를 늘려왔다는 점이 자리 잡고 있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과 기관들은 연초 전체자산 중 주식보유 목표 비중을 세워 주식을 매매한다. 국내주식 시장의 큰손인 국민연금의 경우 올해 말 기준 국내 주식투자 목표비중(전체 자산 대비)은 20%. 지난 6월 말 기준 국내 주식 부문 평가액이 95조5,000억원으로 전체 운용 금액(535조원)의 17.8%에 그친 점을 감안하면 연말까지 2%포인트 안팎, 약 10조원의 순매수 여력이 있다. 올 상반기 누적 순매수 금액이 지난해의 5분의1 수준에 그쳤던 연기금은 8월 중순 이후 왕성한 식욕을 보이고 있다. 8월18일 이후 시작된 연기금의 순매수 금액은 9월 말까지 1조2,156억원으로 상반기 전체 금액을 넘어섰다. 서울경제신문이 조사한 결과 2011년 이후 연기금의 월별 누적 순매수를 살펴보면 8월(6조82억원), 9월(5조5,295억원), 12월(4조8,633억원) 등 하반기에 집중됐다.

투신권의 수급에 영향을 주는 주식형 펀드 순유출 규모가 감소하고 있는 점도 호재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하반기 들어 주식형 펀드에서 매주 2,000억~4,000억원씩 자금이 유출됐지만 지난달 셋째주(-152억원), 넷째주(-766억원), 다섯째주(-1,078억원) 등 순유출 규모가 대폭 줄었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시장에 주도주가 없는 상황에서 대외적으로도 10월에 유럽연합(EU)의 정치적 결속을 와해시킬 수 있는 선거가 예정돼 있는 등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면서도 “글로벌 이벤트에 민감한 외국인에 비해 기관이 국내 지수를 한층 레벨업한 상태에서 장을 이끌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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