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SK 경영혁신안 마무리…뭘 담을까] '나인투식스'까지 재검토…주력 4社 M&A·신사업안도 쏟아질듯

최태원 '뼈깎는 혁신' 주문에 수평적 조직문화 등 도입 활발

이노베이션, 시노펙과 합작…상하이 유화공장 인수 검토

C&C·텔레콤 ICT 분야 협업, AI·O2O 등 융합 산업 관심

하이닉스는 비메모리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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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에 정착된 ‘나인투식스(오전9시 출근, 오후6시 퇴근)’ 체제도 다시 한번 생각해보세요. 우리가 키우는 새 사업에 적합하지 않다면 과감히 바꿔야 합니다.”

지난 6월30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경기도 이천시 SKMS 연구소에 모인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 앞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앞서 ‘변하지 않는 기업은 죽는다’는 서든데스(sudden death·돌연사)를 얘기하며 뼈를 깎는 혁신안을 들고오라고 전 계열사에 지시를 내린 직후다.


최 회장의 이 발언은 당시 언론에는 공개가 되지 않았지만 그룹을 통째로 바꾸지 않으면 살 수 없다는 최 회장의 절박함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하게 한다.

SK그룹의 한 고위관계자는 “최 회장의 언급은 SK가 미래 신사업에서 치고 나가려면 우선 그에 걸맞은 조직문화부터 갖춰야 한다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3개월간 SK 계열사들이 혁신안을 마련하며 조직문화 개선에 중점을 둔 것도 최 회장의 의지가 바탕이 됐다. 기존 수직·관료적 조직은 바이오 의약품과 고부가 석유화학 제품은 물론 시스템 반도체,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서비스에 이르는 신산업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SK 핵심 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최 회장은 계열사들의 혁신안에 미래 경영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실천방안이 담기기를 바랐다”며 “실천방안의 1순위는 곧 일하는 문화를 바꾸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SK텔레콤(SKT), SK네트웍스는 직급 체계를 5단계(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에서 2단계(팀장-팀원)로 간소화하며 직원들 사이의 수평적 문화를 확립하는 혁신안을 확정했거나 준비 중이다.

SK㈜, SK이노베이션은 자율근무와 자율복장 제도를 도입해 기업문화를 한결 부드럽게 바꿨다. 특히 국내 일등 정유사 SK이노베이션은 형식적 결재를 없애고 반바지 착용을 허용하면서 조직문화가 다소 딱딱한 정유화학업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킨다는 평가가 나온다.


각 계열사 사장들이 혁신계획을 공개하는 무대도 오랜 관행을 벗어난 형태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오는 12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열리는 SK CEO 세미나는 연례행사다. 하지만 CEO들은 예년의 단순 설명 대신 ‘테드(TED)’ 형식을 통해 자유로우면서도 간결한 발표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 명사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전파하는 무대로 활용하는 테드는 격식을 따지지 않는 강연 형태의 메시지 전달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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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SK CEO 세미나에서는 조직문화 혁신안 외에도 계열사마다 신사업을 키우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공개한다.

SK이노베이션은 중국 국영 석유화공집단(시노펙)과의 합작을 확대해 고급 윤활유 사업을 키우거나 석유화학 공장(상하이 세코)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잡기 위해 연내 중국에 배터리 셀 생산기지 건립안도 확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SK㈜로 합병된 SK C&C와 SK텔레콤, SK하이닉스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협업을 통해 진출할 수 있는 융합 신산업이 무궁무진하다. ICT업계는 올해 CEO 세미나에서 C&C가 주도하는 데이터 산업이나 SKT의 온·오프라인연계(O2O) 산업, AI 관련 산업에서 ICT 계열사들이 어떤 협력안을 도출할지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개별 계열사 가운데는 SK하이닉스·SK네트웍스의 혁신안이 가장 이목을 끌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약 1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분의2 가까이 줄었다. SK네트웍스는 최근 3년간 매출은 25조원에서 20조원대로, 영업이익도 2,400억원대에서 2,000억원 밑으로 줄어들며 신성장동력이 절실한 처지다.

SK하이닉스는 올해 CEO 세미나에서 D램·낸드플래시 같은 메모리 반도체에 치중한 사업구조를 바꿀 방안을 내놓는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차량용 반도체와 카메라용 이미지센서(CIS) 같은 시스템 반도체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반도체업계는 SK하이닉스가 경기도 이천의 M10 공장을 시스템 반도체 전문 생산기지로 개조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SK네트웍스는 최근 패션 부문 매각을 검토하고 동양매직 우선 인수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등 활발한 인수합병(M&A) 행보를 펼치고 있다. SK네트웍스의 한 관계자는 “선택과 집중을 위한 경쟁력 강화를 통해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면서 “조직문화와 사업구조를 모두 수술하면서 재도약의 계기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SK그룹 차원의 5대 신사업 중 하나인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을 담당한 SK E&S의 행보도 관심사다. 내년 신규 LNG 발전소 개소를 앞둔 SK E&S는 LNG 발전용량을 2.5배 늘리고 LNG 직도입 규모도 2배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SK E&S는 지난해 기준 50만~60만톤인 LNG 직도입 규모를 2020년까지 500만톤으로 늘린다는 포부를 세운 상태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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