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15일 열리는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공식 포스터는 산속 바위틈에 뿌리 내리고 홀로 선 소나무다. 변치 않는 소나무처럼 앞으로도 계속 영화제를 지켜내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 부산국제영화제는 ‘다이빙벨’ 상영으로 불거진 독립성, 자율성 훼손 문제로 지난 2년간 몸살을 앓아왔으며, 올해 행사 진행 여부마저도 불투명한 상태로 치닫기도 했다. 또 정치 탄압 논란을 겪으면서 기존 120억원 정도였던 예산도 3분의 1 가량이 줄어든 80억~90억 원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초청작은 69개국에서 온 299편으로 예년 수준이며, 이 중 세계 최초(월드프리미어) 및 자국 외 최초(인터내셔널프리미어) 상영은 122편에 달한다. 개막작은 한 여자와 세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꿈과 영화, 현실의 관계를 그린 장률 감독의 ‘춘몽’, 폐막작은 이라크 뉴웨이브의 힘을 확인할 수 있는 후세인 하산 감독의 ‘검은 바람’이다.
◇미리 보는 세계 3대 영화제 등 수상 작품=부산국제영화제가 영화 팬들에게 선사하는 가장 커다란 선물 중 하나는 칸·베를린·베니스 등 세계 3대 영화제 작품들을 국내 개봉 전에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 올해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다큐멘터리의 거장 켄 로치 감독의 ‘나, 다니엘 블레이크’, 심사위원 대상 작품인 프랑스 올리비에 아사샤스의 ‘퍼스널 쇼퍼’ 등이 상영된다. 베를린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의 영예에 빛나는 보스니아 다니스 타노비치 감독의 ‘사라예보의 죽음’도 국내 관객들과 만날 수 있다. 베니스영화제 작품으로는 남·녀주연상을 수상한 아르헨티나 마리아노 콘·가스통 듀프랫 감독의 ‘우등시민’(오스카 마티네즈)과 미국 데미언 차젤레 감독의 ‘라라랜드’(에마 톰슨)가 눈에 띈다.
이 밖에도 섬세한 감수성으로 국내에서도 팬덤을 확보한 페드로 알모도바르(스페인) 감독의 ‘줄리에타’, 기발한 상상력과 아기자기한 연출력이 돋보이는 프랑수아 오종(프랑스)의 ‘프란츠’ 등 관객들이 기대할만한 작품도 풍성하다.
◇부산국제영화제를 찾는 스타들=평상시에는 만나기 힘든 스타들을 보는 재미는 영화제를 직접 찾아야 하는 이유 중 하나다. 우선 ‘위플래쉬’의 주인공 마일스 텔러와 ‘다크 나이트’의 에런 에크하트가 처음으로 방한한다. 이들이 출연하고 벤 영거 감독이 연출한 ‘블리드 포 디스’가 갈라프레젠테이션에 초청됐기 때문이다. 다르덴 형제의 ‘더 차일드’에 출연한 벨기에 여배우 데보라 프랑수아도 자신의 주연작 ‘독살천사’로 첫 방한한다.
단골손님 대만의 차이밍량 감독은 이번에도 게스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 국내에서 커다란 인기를 끌고 있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대만의 허우샤오셴, 한국의 이창동 감독과 특별대담을 가질 예정이다. 국내 배우로는 정우성·황정민·주지훈·곽도원·정만식·이병헌·손예진·윤여정 등이 참석 예정이지만 레드카펫 행사가 예산 문제로 취소돼 예년 수준에는 이르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이빙벨’ 후유증에 김영란법 시행으로 축제 분위기 ‘다운’=‘다이빙벨’ 상영으로 촉발된 갈등으로 인해 화제의 한국 영화를 상영하는 ‘한국영화 오늘-파노라마’ 부문에서 올해 첫 1,000만 관객을 동원한 ‘부산행’과 700만 명을 동원한 ‘터널’ 등을 볼 수 없게 됐다.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가 이들 작품의 출품 의사를 타진했지만 서병수 부산시장의 사과와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의 명예회복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작사측에게서 거부당했기 때문이다.
또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른바 김영란법) 시행으로 영화제의 주요 행사인 게스트 초청 행사나 투자배급사가 여는 배우 초청 파티가 대폭 축소됐다. 영화·영상을 전공한 대학교수나 영상물등급위원회 등 공공기관 등급분류 업무 관계자 등은 올해 영화제에 초청을 받지 못했다. CJ E&M, 쇼박스, 롯데엔터테인먼트 등 국내 대표 투자배급사들도 작년까지 진행해왔던 파티를 올해는 대부분 취소했다.
, 사진제공=부산국제영화제조직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