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골격만 선채 흉물로…"지나가기 겁나요"

자금난·법규위반·소송전 등에

서울 3년이상 방치 대형 공사장

면적만 여의도공원 1.5배 넘어

구조물 삭으면서 사고발생 높아

비행청소년 활동 근거지 되기도

시민들 "안전·치안 문제 우려"



#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이호원(55·가명)씨는 집 앞의 교회 공사 현장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자금난으로 무려 5년째 공사가 중단돼 재개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다. 이씨는 “흉물스럽게 변한 공사장의 안전사고와 치안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온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시내에서 자금난과 법규 위반 등의 이유로 최소 3년 이상 방치된 대형 공사 현장 면적이 여의도공원(22만 9,539㎡)의 1.5배가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4일 서울경제신문이 서울시와 각 자치구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공사가 3년 이상 중단된 대형 공사장(연면적 1만㎡ 이상)은 모두 9곳으로 나타났다. 대지면적은 36만㎡에 달한다. 범위를 넓혀 소규모 공사현장까지 다 합쳐 전국으로 따지면 중단된 공사 현장은 인구 20만∼30만 중소도시 하나 정도는 충분히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서울에서 면적이 가장 넓은 곳은 16만1,152㎡의 용마자연공원(망우동)이다. 이 자연공원은 한때 놀이시설과 수영장으로 해당 지역에서 주목을 받았으나 자금난으로 1999년 종합스포츠 조성 공사가 멈췄고 2011년 기존시설마저 운영이 중단됐다. 강북구 우이동 8만60㎡ 부지의 파인트리도 자금난으로 부도를 맞아 지역사회의 고민거리가 되고 있으며 여의도 파크원(4만6,465㎡)은 그나마 최근 현대백화점이 인수에 나서면서 개발 재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파크원 역시 2007년 6월 착공 뒤 토지 소유주인 통일교 재단과 시행사 간 소송전으로 2010년 공사가 중단됐다. 박선경(31·가명)씨는 “공사장에서 발생하는 비산먼지가 호흡기에 치명적일 수 있다고 해 파크원 근처를 지날 때는 얼굴을 가리고 뛰다시피 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무엇보다 안전사고와 우범지대 전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세월이 흐르면서 공사 자재가 녹이 스는 등 사고 가능성이 높아지고 비행청소년들의 활동 근거지가 되면서 이따금 강력 범죄도 발생하는 탓이다. 또 도시 경관을 해치고 토지의 효율적 활용을 저해한다는 지적도 상당하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구조물이 삭으면서 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높고 나중에 재시공에 들어가도 보강공사로 인해 2중의 비용이 든다”고 전했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계획학과 교수는 “방치된 공사장은 도시 미관을 해칠 뿐 아니라 해당 지역을 개발 수익성이 떨어지는 곳으로 인식하게 한다”고 꼬집었다.

현 법규를 보면 건축허가가 나면 공사기간 준수를 강제할 수단이 과태료 부과나 행정제재뿐이다. 정해진 준공기간을 지키지 못해도 공사를 재개시킬 방안이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가혹할 수 있지만 공사기간을 과도하게 연장하면 지방자치단체가 매각 처리를 하든지 아니면 강력한 행정제재를 하는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오고 있다.

양사록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