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대형 악재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가 대선 레이스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지난 1일(현지시간) 불거진 18년간의 탈세 의혹에 휘말린 그는 이틀 만에 자신이 운영해온 ‘도널드J 트럼프재단’을 통한 모금활동을 중단하라는 뉴욕주 검찰의 명령으로 또다시 도덕성 논란에 휘말렸다. 여기에 테러단체와 연결된 이란 은행에 자신의 사무실을 임대한 사실이 드러나며 ‘애국심 마케팅’마저 휘청거릴 조짐이다.
뉴욕주 검찰은 지난달 30일 트럼프재단에 모금활동 중단을 명령하는 ‘위법행위통지서’를 발송했다고 3일 워싱턴포스트(WP)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연간 2만5,000달러 이상의 기부금을 받는 단체는 반드시 주정부에 등록해야 하지만 트럼프재단은 2008년 이후 기부금만으로 활동해왔음에도 이 규정을 어겼다는 것이 뉴욕 검찰의 설명이다. 뉴욕 검찰은 이와 함께 트럼프재단에 미신고 기간의 감사보고서를 포함해 자선단체 활동을 증명하는 각종 서류를 15일 안에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트럼프재단이 자선단체로서 적절한 등록절차를 마치지 않았으며 자선단체의 정례감사를 의무화한 뉴욕주의 관련 법규를 어겼다는 의미다. 트럼프재단은 기부금 모집과 재단 운영을 두고 종종 구설에 올랐지만 검찰이 직접 ‘불법’을 지적하며 제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사안은 한달여 남은 대선 판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호프 힉스 트럼프 선거운동본부 대변인은 이번 의혹에 대한 뉴욕타임스(NYT)의 질의에 “이번 뉴욕 검찰의 수사 배경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점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지만 수사에는 전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답했다. 트럼프는 뉴욕 검찰의 통지에 대해 공식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악재는 트럼프의 주소득원인 임대사업에서도 터졌다. 이날 탐사보도기관 공공청렴센터(CPI)는 트럼프그룹이 1998~2003년 뉴욕주 맨해튼에 위치한 본사 소유 건물 44층을 이란 ‘멜리뱅크’에 임대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이 시기에 대이란 경제제재를 시행하고 있었다. 문제가 된 멜리뱅크는 이란 핵무기 개발에 필요한 자금이나 재료를 확보하는 활동을 했던 것으로 추정되며 서방세계를 상대로 테러활동을 지원하는 이란 혁명수비대에 2002~2006년 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트럼프그룹의 이 같은 사업내역은 트럼프의 과거 주장과 모순된다. 트럼프는 이란을 “영원히 변하지 않을 적”으로 규정하며 민주당 정권이 맺은 ‘미·이란 핵 합의’를 비난했다. 또 경쟁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게 “당신이 이란 핵협상을 시작했다. 이란은 10년이 지나면 핵을 갖게 될 것”이라며 강경한 대이란 정책을 펴지 않은 점을 지속적으로 문제 삼아왔다.
잇달아 터진 악재로 트럼프의 대선가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미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와 모닝컨설트가 1,99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최신 여론조사(9월30일~10월2일)에서 클린턴은 42%의 지지율을 기록해 36%에 그친 트럼프를 6%포인트 앞섰다. 클린턴은 같은 기관의 여론조사에서 지난달 TV토론 직전 트럼프에게 1%포인트 뒤졌지만 토론이 반영된 당일에는 역전에 성공하며 3%포인트 앞선 뒤 이번에는 격차를 2배로 벌렸다. 게리 존슨 자유당 후보와 질 스타인 녹색당 후보는 각각 9%, 2%의 지지를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