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수익성 떨어지는 민자 SOC에 정부, 14년간 혈세 5조 퍼줬다

본지 국회 기재위 자료 입수

2002년 이후 MRG협약 따라



우리나라의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난 2002년 이후 수익성이 떨어지는 민간자본 SOC 시설에 총 5조4,822억원의 혈세를 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당초 예측보다 수익이 낮을 경우 적자분을 공공기관이 세금으로 보전해주는 최소운영수입보장제(MRG) 지급 협약에 따른 것으로 정부·지자체가 민간 사업자와의 적극적인 재협상을 통해 혈세의 낭비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서울경제신문이 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추경호 새누리당 의원으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02~2015년 정부·지자체가 MRG 지급 계약을 맺은 고속도로·항만·터널·하수도 등 45개 민자 SOC에 보전해준 누적 금액은 5조4,822억원이었다.


분야별로는 국가 사업 17개, 국고보조 지자체 사업 9개, 지자체 사업 19개였으며 세금 보전 규모는 각각 4조4,295억원, 6,426억원, 4,101억원이었다.

MRG는 민자 SOC가 운영 단계에 돌입했을 때 실제 수입이 당초 추정치보다 적으면 사업자에 사전에 약정한 최소수입을 보장해주는 제도다. 외환위기 이후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SOC 사업에 대한 민자 유치를 활성화하기 위해 1999년 도입됐으나 정부의 재정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는 지적에 따라 2009년부터 신규 민자 SOC 사업에는 관련 제도가 폐지됐다.

하지만 기존 45개 SOC의 경우 재협상을 통해 MRG 약정을 폐지한 11개 사업을 제외한 나머지 34개 사업은 정부·지자체가 짧게는 2년, 길게는 20년 이상 손실분을 메워줘야 한다. 손실 규모가 가장 큰 국가 사업 중 부산~울산 고속도로(2038년), 서울외곽고속도로(2026년), 대구~부산 고속도로(2026년) 등이 약정기간이 한참 남은 대표적인 사업들이다.


실제로 윤영일 국민의당 의원이 지난달 국회 예산정책처에 의뢰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향후 20여년간 정부가 7개 민자 고속도로 사업자에 지급해야 할 최소운영수입보장액은 5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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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의원은 “금리 기조가 저금리로 전환된 만큼 정부·지자체가 서울·광주시의 사례처럼 적극적인 재협상에 나서 MRG 폐지를 유도하거나 손실 보전 규모를 낮춰 혈세 낭비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광주시는 6월 광주순환도로투자㈜ 대주주인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와 2순환도로 1구간에 대한 MRG 방식을 폐지하고 투자비 보전 방식으로 전환하는 데 합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광주시는 오는 2028년까지 사업자에 지원할 예정이었던 3,600억원을 2,400억원 수준으로 절감할 수 있게 됐다.

서울시 역시 2013년 지하철 9호선에 대한 MRG를 폐지한 데 이어 올해 초 우면산터널의 사업자와도 변경 협약을 체결하면서 시의 MRG 적용 사업을 모두 없앴다.

하지만 지나친 혈세 낭비를 지적하는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사업자에 재협상 압박을 가하는 것은 경제논리 측면에서 부당한 처사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MRG 약정 역시 경제주체 간 계약”이라며 “정부가 여론을 등에 업고 저금리 기조를 핑계로 무리하게 재협상을 요구한다면 어떤 사업자가 마음 놓고 투자할 수 있겠느냐”고 반박했다.

나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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