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삼성전자 지배구조 개편 어떻게 진행될까]'전자 분할해 물산과 합병' 유력..중간금융지주사법 통과가 관건

'중간지주사법' 무산되면 통합지주 출범 불가능

물산이 인적 분할 된 '전자 투자부문' 지배하고

투자부문이 다시 사업부문 지배하는 구조 가능성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이 삼성전자의 인적분할을 공개 지지하고 나서면서 향후 삼성전자 및 삼성그룹 지배구조가 어떤 방향으로 바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어떤 방식으로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고 그룹 전체를 장악할 수 있을지를 두고 업계에서는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인적분할 나서나=삼성그룹 지배구조 변화의 핵심은 삼성그룹의 정점에 있는 삼성물산이 삼성전자의 지분을 얼마나 더 확보할 수 있는지다. 삼성물산이 삼성전자의 지분을 많이 확보하면 자연스레 삼성물산 대주주인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도 강해진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주가를 고려하면 지분을 늘리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소모된다. 인적분할 시나리오가 강하게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분할을 통해 투자 부문과 사업 부문으로 나누게 되면 대부분의 가치는 사업 부문에 집중된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보유한 자사주 12.2%는 투자 부문이 갖고 삼성전자 사업 부문을 지배하게 된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투자 부문의 지분을 확대해 삼성전자 사업 부문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데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중간금융지주회사법 통과가 관건=삼성전자가 인적분할에 나선다면 다음 핵심은 중간금융지주회사법 통과 여부다. 중간금융지주회사법은 지주회사가 일반 회사뿐 아니라 중간 금융지주사도 보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크게 두 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법이 통과될 경우 삼성물산은 인적분할한 삼성전자 투자 부문과 합병해 새로운 통합 지주사를 출범시킬 수 있다. 삼성전자 투자 부문이 삼성전자 사업 부문을 지배하기에 통합 지주사는 자연스레 삼성전자 사업 부문 및 각종 계열사들에 대한 지배력이 강해진다. 통합 지주사는 금융중간지주사도 보유할 수 있어 앞으로 출범할 것으로 보이는 삼성생명금융지주회사도 거느릴 수 있다. 삼성전자 사업 부문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대주주 일가나 삼성물산이 현물 출자나 공개 매수에 참여하면 지배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

관련기사



중간금융지주회사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하는 통합 지주사는 출범하지 못한다. 금융지주사를 소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신 삼성물산은 인적분할한 삼성전자 투자 부문을 4.1%, 삼성전자 투자 부문이 삼성전자 사업 부문을 12.2%씩 지배하는 구조로 바뀐다. 금융 부문의 경우 삼성물산이 삼성생명금융지주회사를 지배하고 나머지 금융사가 아래에 놓이는 모습이 된다. 향후 삼성SDS가 물류 부문과 IT 부문으로 나눠져 물류 부문은 삼성물산에, IT 부문은 삼성전자 사업 부문으로 각각 합병될 경우 대주주 일가의 삼성SDS 지분은 삼성물산이나 삼성전자 지배력 강화에 도움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 지주사는 내년께 설립 전망=엘리엇이 지지한 삼성전자 인적분할의 또 하나의 전제조건은 금융지주사 설립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한 금융지주사가 내년께 세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삼성생명은 지난달에도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증권 지분 8.02%를 추가 매입했다.

삼성생명 금융지주사 전환도 두 가지 시나리오가 나온다. 삼성물산을 분할해 삼성생명 지분을 보유한 투자 부문과 합쳐 금융지주사로 만드는 경우다. 이럴 경우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 계열사는 삼성물산금융지주와 삼성물산사업회사의 지분을 각각 40.26% 보유하게 된다.

다른 하나는 삼성생명을 생명지주회사와 생명사업자회사로 분리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삼성물산이 금융지주회사를 지배하고 금융지주사가 타 금융 계열사를 지배하게 된다. 다만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7.43%를 처분해야 한다. 삼성생명이 금융지주사로 전환하려면 지주회사가 비금융 계열사의 최대주주여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 지분 1.63%를 2대 주주인 삼성물산(4.18%)에 넘기면 두 회사는 각각 지분 5.8%와 5.81%를 보유하게 돼 최대주주 지위가 바뀐다. 다만 자금 마련이 관건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 및 지배구조 변환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로 하는 것은 이 부회장 등이 향후 삼성그룹을 이끌어갈 수 있다는 자질을 입증하는 것”이라며 “경영능력에 대한 신뢰성을 증가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경영능력에 대한 신뢰성은 실적, 신성장동력 사업, 사업 부문 재편 등을 통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도원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