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차 산업혁명이 다가오고 있다. 증기기관의 1차 산업혁명과 전기에너지의 2차 산업혁명, 그리고 인터넷의 3차 산업혁명은 시대의 승자와 패자를 심판했다. 4차 산업혁명은 더 빠르고 더 강력하게 다음 세상의 판도를 바꿀 것이다. 그런데 우리 대한민국의 대응전략은 과연 어떠한가. 정치는 편 가름에 몰두하고, 정부는 구시대 패러다임에 함몰돼 있고, 기업들은 혁신 부재로 침몰하고,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다. 한강의 기적을 이룩한 위대한 국민의 기상은 각자도생이라는 패배의식으로 대체되고 있다. 대한민국은 불과 10년 후면 초고령 국가에 진입하게 된다.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KCERN) 이사장이 10년 안에 4차 산업혁명 과제를 풀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연재를 시작한다. 다음주부터는 매주 목요일자 오피니언면에 게재한다.
전 세계 열강들은 제4차 산업혁명에 국력을 쏟아붓고 있다. 인류사적 혁명에 뒤처진 참혹함은 한일합방이라는 쓰라린 치욕의 역사로 우리 기억에 남아 있다. 불과 10년 앞으로 닥쳐온 초고령사회 진입 이전에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을 완수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일류 국가 도약을 위해 하늘이 준 마지막 기회를 정중히 맞이해 보자.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을 우선 정리해 보자. 올해 1월 다보스포럼에서는 ‘빠르고 넓고 강하게 세상을 바꾸어 모든 것이 연결되고 보다 지능적인 사회로의 변화’라고 4차 산업혁명을 설명했으나 아직 정의는 미루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먼저 정의해 보기로 하자.
증기기관으로 대표되는 1차 산업혁명은 현실 세상의 양적 확대로, 전기혁명으로 일컫는 2차 산업혁명은 현실 세상의 질적 향상으로 정의하고자 한다. 이어서 인터넷으로 오프라인의 현실 세상과 분리된 온라인의 가상 세상을 만든 것이 3차 산업혁명이다. 이제 4차 산업혁명은 가상과 현실의 융합(O2O·Online to Offline) 세상을 만드는 혁명이라고 정의해 보자. 실제로 스마트 공장, 자율주행차, 드론, 핀테크(fintech) 등 대부분의 4차 산업들은 O2O를 본질적 속성으로 하고 있다. 우버·에어비앤비 등 1조원 가치가 넘는 스타트업을 일컫는 유니콘들의 사업 대부분은 바로 O2O다. 4차 산업혁명은 현실과 가상이 순환해 현실을 최적화하는 O2O 혁명이라고 정의한다.
그런데 우리 대한민국은 미국·독일·일본 등 4차 산업혁명 선도 국가들에 비해 두 가지 문제를 추가로 풀어야 한다. 그 하나는 초고속 고령화이고 다른 하나는 추격에서 탈추격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다. 북핵과 통일 문제가 추가될 수도 있다. 여하튼 우리는 기술혁명과 더불어 경제사회 제도의 혁명을 동시에 달성해야 한다.
초고속 고령화는 쓰나미처럼 한국을 덮쳐오고 있다. 저출산·고령화라는 세계적인 추세에 710만 베이비붐 세대의 퇴장은 한국을 전 세계에서 최고 속도로 고령화하는 국가로 부상시켰다. 불과 10년 후면 65세 이상의 인구가 전체의 20%가 넘는 초고령화 국가에 돌입하게 된다. 4차 산업혁명에 임할 시간제한이 10년이라는 것이다. 정치공학적 계산으로 야기된 집단 갈등으로 국력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탈추격 패러다임 전환은 한국이 이룩한 과거 성공의 굴레에서 이제는 벗어나야 한다는 의미다. 대한민국이 전 세계 최빈국에서 부유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을 이룩한 놀라운 한강의 기적의 비결은 빠른 추격자 전략이었다. 선진국을 모방해 따라잡은 비결은 지원과 규제의 정부후견주의, 대기업 중심의 갑을 구조, 정답 위주의 교육, 실패에 대한 징벌 등이었다. 그런데 빠른 추격 전략의 강력한 경쟁자인 중국·인도 등의 등장으로 우리가 탈추격 전략으로 전환해 이행하게 되면서 추격 패러다임의 핵심 역량들이 바로 탈추격 패러다임의 핵심 장애 요인들로 탈바꿈하게 됐다. 지난 10년간 한국이 국제 경쟁에서 뒤처지게 된 근본 원인은 바로 탈추격 패러다임 전환의 실패로 요약된다.
한국이 이룩한 놀라운 한강의 기적은 오프라인의 경부고속도로로 시작했다. 한국의 새로운 도전인 4차 산업혁명은 O2O의 고속도로로 시작돼야 할 것이다. 그런데 한국의 데이터와 클라우드 관련 제도는 사전 규제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핀테크, 사물인터넷(IoT), 웨어러블, 자율주행차, 드론 등 대부분의 4차 산업에서 중국에 현격히 뒤처지게 된 것은 기술이 아니라 전 세계 90위권의 경직된 규제정책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과 더불어 초고속 고령화, 탈추격 패러다임이라는 국가 위기 3종 세트는 우리에게 하늘이 준 마지막 기회다. 한국인은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놀라운 저력을 보여주지 않았는가. 정치권·정부·기업인과 국민들 모두가 위기를 심각히 인식하는 것이 4차 산업혁명으로 가는 길의 출발선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