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생각을 바꾸기란 어렵다.
‘원자력발전은 싸다’는 생각도 그렇다.
우리 정부는 원전 일변도의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며 ‘원전은 싸다’는 점을 늘 강조해왔다. 과연 이 주장은 사실일까.
시장에서 파는 콩나물 한 근에도 원가, 운송비, 점포 임대료, 인건비, 세금, 이윤 등 수많은 것이 고려된다. 야채 가게 사장들은 설령 무의식적이라도 이런 요소들을 반영한 가격을 콩나물에 매긴다. 그런데 우리나라 원전이 싼 것은 야채 가게 사장도 생각할 법한 중요한 요소들을 빼먹었기 때문이다.
당장 세금만 해도 그렇다. 유연탄·유류·가스 등 우리가 쓰는 모든 연료에는 개별소비세가 있다. 이웃 일본도 핵연료 가격의 10~13%에 달하는 세금을 물리고 있다. 그런데 현재 우리는 핵연료에 관해 아무런 징수 규정이 없어 과세를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우리가 원전 가격을 매기면서 빼먹은 가장 큰 요소는 바로 원전이 가지는 ‘위험’이다.
고리·신고리 원전의 반경 30㎞ 내에는 무려 380만명의 인구와 조선·철강 같은 우리나라의 핵심 산업시설이 있다. 만에 하나라도 원전에서 사고가 나면 국가의 존립조차 불가능한 엄청난 위험이다. 지난 9월 발생한 경주 지진으로 말미암아 이 같은 위험은 한층 생생한 현실로 다가왔다. 원전 피해 보상을 위한 보험 상품이 있다면 ‘몇 조원’이 아닌 ‘경’ 단위 보험료를 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비용은 원전 가격에 포함돼 있지 않다. 원전 주변 지역 주민들이 공포의 형태로 전담하고 있을 뿐이다.
필자는 핵연료에 세금을 물리는 ‘핵연료세법’, 신재생에너지를 개발·보급하고 원전 사고 대비에 쓰기 위한 ‘원전이용부담금법’을 준비하고 있다. 시장에서 콩나물을 사고팔 때 필요한 상식 수준의 관심을 가져주시기를 국민 여러분께 부탁드린다.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