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을 한 달 남겨둔 시점에서 북한의 추가 핵·미사일 실험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다. 미 대선 기간에 핵·미사일 위협을 현실화해 이슈화시켜 대미 협상력을 높이려는 북한의 전략이 숨어 있어서다. 더구나 북한의 노동당 창건일(10월10일)이 코앞으로 다가온 시점이어서 6차 핵실험이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추가 발사 등의 군사적 도발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 정부와 군·정보 당국이 ‘긴장’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배경 때문이다.
실제 북한은 벼랑 끝 전술로 국제사회에서의 고립까지 감수하며 6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라는 대형 도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북한으로서는 현 한미 정부 모두 대화 가능성을 차단하고 있어 거래하기 위해서는 차기 정권을 노려야 할 상황이다. 이를 위해 한국이 대선을 치르는 내년까지 ‘핵무기 실전 배치’ 달성을 목표로 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는 북한이 양국의 대북제재 조치를 무력화시키려고 하자 양국 간 공조를 강화하는 등 북한의 의도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특히 북한의 추가 도발 징후가 포착되자 최근 고위급 인사들을 각국에 파견하며 대책 마련에 나섰다. 7일 외교당국에 따르면 조태용 국가안보실 1차장 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은 지난 4일 미국을 전격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차장은 방미 기간 백악관과 미 국무부 주요 인사들과 접촉해 북핵 정세를 평가하고 해결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에서는 서맨사 파워 주유엔 미국대사가 8일 방한,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 청와대 고위 관계자와 만나 북한 핵·미사일 대응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파워 대사는 이튿날인 9일 판문점을 방문해 북한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낼 예정이다. 파워 대사는 7일 방한을 앞두고 트위터에 “북한의 위협 앞에서 동맹의 안보에 대한 미국의 철석같은 공약을 재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따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추가 대북제재 논의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양국 고위 인사들이 접촉한 점을 볼 때 새로운 고강도 제재를 담은 결의안에 대해 공감대를 이뤘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새 제재 조치가 국제금융망 접근을 봉쇄한 이란식 제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과 미국이 북한의 추가 핵·미사일 도발 고리를 끊기 위해 사실상 북한을 완전 봉쇄하는 카드를 꺼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외교·안보 전문매체인 포린 폴리시는 6일(현지시간) “미국 정부가 북한에 이란식 제재 방책들을 마련해뒀다”고 보도했다. 미 본토를 타격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이 완성 단계에 이른 만큼 새 행정부가 들어서기 전 북한 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이 경우 북한을 거래하는 중국 은행·기업들이 실질적인 제재 대상이 돼 중국과의 마찰이 우려된다.
양국은 또 이달 중순 ‘확장억제’를 논의할 양국 외교·국방장관 연석회의를 앞두고 있어 군사 조치에 대한 논의도 진행됐을 가능성이 있다. 양국 모두 일부에서 북한 선제타격론이 제기되고 있어 이에 대한 의견 교환도 이뤄졌다는 추측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