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윤리경영'이라 쓰고 '비용절감'이라 읽자

김주원 NH농협금융 준법지원부 팀장

김주원 NH농협금융 준법지원부 팀장김주원 NH농협금융 준법지원부 팀장


얼마 전 미국에서 발생한 웰스파고 은행사건은 국내 금융회사 직원들에게 상당히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웰스파고은행은 세계 최대 소매금융회사로 국내 많은 은행들의 벤치마킹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4대 은행 중 하나인 웰스파고가 지난 2011년부터 고객들의 정보를 도용해 150만개의 ‘유령계좌’를 만들고 고객들의 신용정보를 무단으로 활용해 56만5,443개의 신용카드를 발급했다고 하니 그것이 사실이라고 한다면 정말 초대형사건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올해는 우리나라도 유난히 윤리경영의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었던 해가 아닌가 싶다. 자동차 배기가스 조작사건에서 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눈앞의 작은 이익 때문에 윤리경영을 소홀히 했고 그로 인해 추락한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엄청난 비용이 지출됐다는 것이다. 윤리경영이 기업경영에 미치는 영향은 국내수입차 등록대수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10월 7일자 서울경제신문기사에 따르면 배기가스 조작사건의 충격으로 9월 수입차 등록대수가 전년동기 대비 17.7%가 감소했다고 한다.


금융회사도 예외는 아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불러온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부터 KIKO사건, 후순위채 사태 및 회사채 불완전판매 사건 등이 윤리경영 소홀에 따른 결과가 아닐까 싶다. 하나같이 금융회사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를 무너뜨린 사건들이며 그로 인해 해당 금융회사와 임직원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겨준 사건들로 기억된다. 웰스파고 사건으로 인해 애꿋은 직원 5300명이 해고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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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미국의 주요 경영대학원들이 윤리교육을 강화한 것도 금융회사 임직원에게는 누구보다도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윤리의식이 요구된다는 것을 실감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이 윤리경영을 금융회사의 기업문화로 정착시키기 위해 금융업권별로 표준윤리강령을 제정하고 윤리모범사례를 포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발 더 나아가 금감원은 금융회사의 윤리경영 확산을 위해 내부통제시스템 시행수준에 따라 과태료 및 과징금을 최대 50%까지 감경해줄 수 있도록 감독세칙도 개정했다. 예금보험공사도 금융사고 발생현황 등에 따라 보험료를 차등해서 부과하는 제도를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금융회사가 윤리경영을 통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 것이다.

저성장기엔 ‘윤리경영’이 ‘비용절감’이라는 구호 아래 묻힐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경영환경이 어려울수록 편법과 비정상적인 유혹에 흔들리기 쉽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요즘이 금융회사의 윤리경영을 더욱 강화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단기 성과가 아닌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서라도 윤리경영은 꼭 필요하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윤리경영이 비즈니스에 도움이 될까”라는 질문에 ‘윤리경영’이라 쓰고, ‘비용절감’이라 읽자라는 답을 제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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