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해외칼럼] 기막힌 트럼프의 경제관

사이먼 존슨 美 메사추세츠공과대학교 교수

감세 정책 고집하는 트럼프

부시 '2조弗 손실' 답습 우려

무모한 보호무역·규제완화

美 부채 늘고 리스크 커질 것

사이먼 존슨 매사추세츠공대 교수사이먼 존슨 매사추세츠공대 교수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가 드디어 상세한 경제 공약을 내놓았다. 피터 나바로 캘리포니아대 어바인캠퍼스 경제학과 교수와 억만장자 투자자인 윌버 로스가 작성한 이 공약은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다면 경제성장률을 높이고 국가 채무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발표된 내용은 그들이 마치 다른 행성에서 온 것 같이 매우 비현실적인 가정에 기초해 있다. 만약 미 합중국이 정말 트럼프의 계획을 적용하게 된다면, 그 결과는 즉각적이고도 완전한 재앙일 것이다. 트럼프 경제공약의 핵심은 큰 폭의 세금감면에 있다. 트럼프 측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추진했으나 효과가 없는 것으로 밝혀진 과거 정책과 유사한 이 공약이 미국 경제의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부시 전 대통령의 감세 정책이 무용지물이었다는 합리적 증거들이 매우 많지만 트럼프의 경제 공약은 이것을 완벽하게 무시하고 있다. 트럼프의 경제 공약은 과거 감세 정책이 10년간 최소 2조6,000억달러에 달하는 세입을 줄였다는 사실을 인정하는가. 공약 주창자들은 정계와 거리를 둔 무당파 세금 재단을 언급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캠프는 그와 같은 재단 설립이 규제 완화 덕에 박차를 달 성장의 기적을 상쇄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불행히도 그들이 규제 완화로 얻는 이득의 추정치는 완전히 부풀려져 있다. 세계은행(WB)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의 연구에 의하면 미국은 비 재정 부문에서 높은 세 부담을 지우지 않고 있다. 또한 WB가 주로 사용하는 지표인 ‘사업하기 좋은 나라’에 미국은 일곱 번째에 이름을 올려, 현실적으로 향상할 수 있는 여지가 좁다. 이와 동시에 재정적 규제 완화는 2008년 세계금융위기, 그리고 또 매우 낮은 경제성장률과 높은 실업률, 늘어난 국가 채무로 이어졌다는 것이 분명하다. 트럼프는 부시 전 대통령이 저지른 큰 실수를 다시 반복코자 마음먹은 것으로 보인다. 나는 트럼프가 2조6,000억달러의 새로운 빚을 급격히 늘릴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무역에 있어서도 트럼프의 경제 계획은 전혀 말이 안 된다. 정부 세입 추정 증가치는 정신없는 말 잔치처럼 얼버무린 분석에 근거하고 있다. 나는 지금껏 주요 정당의 대선후보가 이렇게 앞뒤가 맞지 않는 문서를 내놓은 것을 본 기억이 없다. 내가 이해하는 한 이 논의는 트럼프가 마법처럼 무역 적자를 사라지게 할 것이고, 또 기적적으로 새 일자리를 만들 것이라는 이야기와 같다. 이런 류의 생각은 요정이 등장하는 동화에 다름없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세계에서 이를 실현하고자 한다면 그 누구도 행복하게 살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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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은 1980년대부터 연방정부 재정에 대해 기존과 다른 입장을 취했다. 연방정부의 채무를 제한하는 대신 그들의 수뇌부는 세금을 줄이기 시작했다. 딕 체니 전 부통령의 유명한 발언인 “국가 채무가 왜 문제가 되나”에서 볼 수 있듯 재정적자와 나라 빚을 키우는 것은 정치적으로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다. 부시 행정부하에서 미국의 채무는 풍선처럼 부풀었고 극단적인 재정 규제 완화는 1930년대 이래 가장 광범위한 재정위기를 양산했다.

트럼프는 그의 계획이 나라 빚에 미치는 함의에 대해 사실대로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대신 트럼프 캠프는 무책임한 재정정책이 펼쳐진 공화당 정권의 수십년을 정교하면서도 기이한 하나의 판타지로 각색해왔다. 그러나 실제로 일어날 일은 다음과 같다. 대규모 세금 감면은 상대적으로 소수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는 동시에 연방정부의 급격한 세입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높은 무역 관세는 수입비용을 끌어올릴 것이며 이는 평범한 미국인들에게 직접적이고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무역전쟁이 발발하게 된다면 성장세는 꺾이고 연방정부의 빚은 막대하게 불어날 것이다. 이와 동시에 재정적 규제 완화는 미국 은행 시스템 전반과 더 넓은 곳에까지 리스크를 키우게 될 터이다.

사이먼 존슨 美 메사추세츠공과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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