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CEO 칼럼] 국내선 비행이 불안하다

김영식 천호식품 회장



사업상 국제선 비행기와 국내선 비행기를 자주 이용한다. 길어야 1시간 남짓 하는 비행이지만 국내선을 탈 때마다 불안한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바로 음료수병이나 생수병을 들고 비행기를 타는 사람들 때문이다. 국내선 비행기를 이용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보안검색대에서는 물론 기내 승무원도 기내 액체 반입에 대해 별도의 제재를 하지 않는다.

국제선의 경우 액체류 용량이 100㎖를 초과하면 기내 반입이 금지된다. 보안검색대부터 해당 물품을 소지했는지 엄격하게 검사하고 제한한다. 하지만 국내선의 경우는 다르다. 생수병 500㎖를 들고 타도, 2ℓ를 들고 타도 엄격한 제재가 없다. 현재의 항공보안법에 따르면 국내선은 액체류의 기내 반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 2006년 영국의 한 공항에서 탄산수로 위장한 액체 폭발물이 발견됐다. 사건 이후 100㎖를 초과하는 액체의 기내 반입이 금지됐으며 그 즉시 전 세계 공항 노선에 적용됐다. 물론 우리나라도 기내 반입이 엄격하게 제한된 물품들이 있다. 발화ㆍ인화성 물질, 고압가스 용기, 무기 및 폭발물 등은 기내에 반입할 수 없다. 하지만 액체ㆍ젤류 반입금지 규정이 국내선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음료수며 물병, 심지어 주류도 들고 탈 수 있다. 1인당 반입 용량이 최대 2ℓ까지 가능하다. 2ℓ짜리 생수병을 들고 타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과연 승객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한 제재가 국제선과 국내선 간 구분이 필요한지 의문이다.


더 이상 우리나라는 테러 안전국가가 아니다. 최근 이슬람국가(IS)는 대한민국을 테러 대상국으로 지목했고 지난해 11월 정부는 국내 테러 경보 수준을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했다. 10개월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주의 단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정부는 대한민국이 테러 안전지역이 아님을 누누이 밝혀왔다. 이런 상황에 현재 국내선 항공 보안은 여전히 미비한 수준이다. 액체류의 기내 반입을 허용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나 같은 탑승객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명확하게 설명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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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 객실 내 반입금지 물품은 항공보안법에 의거해 국토교통부가 고시한다. 국내선의 기내 반입금지 품목에 대해 국토부에 건의해봤다. “승객이 불편할 수 있다. 연구해보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승객 편의 외에는 액체 기내 반입 허용 이유가 명확해 보이지 않는다. 승객이 액체를 기내에 반입하지 못해 생기는 불편한 일은 무엇이 있을까. 필요한 것이 있으면 승무원에게 요청하면 된다. 또 길어야 1시간도 참지 못할 피치 못할 사정이란 게 있을까.

승객의 편의를 목숨과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안전을 위해서라면 잠깐의 불편을 이해 못할 승객도 없을 것이다. “연구해보겠다”는 답변만 보낸 것이 아니라 국내선 기내 보안도 국제선 수준으로 하루빨리 시정되가를 기대해본다.

김영식 천호식품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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