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리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호랑이굴’에 뛰어들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1일 오후11시45분(한국시각) 이란 테헤란의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이란과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4차전을 치른다. 이란과 한국은 A조에서 나란히 2승1무로 각각 1, 2위를 달리고 있다. 이란이 골득실(+3)에서 한국(+2)에 앞서 있다. 한국으로서는 이번 4차전이 월드컵 본선으로 가는 중대한 고비다. 승리하면 조 1위로 올라서며 본선 진출의 청신호를 밝힐 수 있는 반면 패하면 조 3위 아래까지 내려갈 수도 있어 험난한 여정이 예상된다.
이란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이란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37위로 47위인 한국보다 10계단 높다. 한국은 이란과 역대 전적에서도 9승7무12패로 열세에 있다. 특히 이란은 한국에 호랑이굴이나 다름없다. 지난 1974년 9월 테헤란아시안게임에서 0대2로 패한 후 한국은 테헤란에서만 역대 2무6패로 지긋지긋한 무승 징크스에 시달려왔다. 슈틸리케호도 2014년 11월 테헤란에서 열린 친선경기에서 후반 막판 결승골을 내줘 0대1로 졌다. 이 경기를 포함해 최근 이란과 치른 세 차례 대결에서 한국은 우세한 경기를 펼치고도 모두 0대1로 패했는데 한국 축구가 최근 아시아 팀에 연달아 세 번 무릎을 꿇은 유일한 사례다.
이란 원정 첫 승 사냥의 선봉장으로는 손흥민(토트넘)이 첫손에 꼽힌다. 손흥민은 이번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한 달 남짓 동안 6경기에 출전해 5골2도움을 집중하며 상승기류를 타고 있다. 지난 6일 카타르와의 3차전(3대2 승)에서도 결승 골을 터뜨리며 해결사 역할을 해냈다. 역시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맹활약하는 지동원과 구자철(이상 아우크스부르크), 주장 기성용(스완지시티)도 골을 노린다. 여기에 장신 공격수 김신욱(전북·196㎝)의 활용에도 관심이 쏠린다. 카타르전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 투입된 김신욱은 후반 10분 공중볼을 헤딩으로 정확하게 지동원 앞에 떨궈 동점골을 도우며 다양한 공격 루트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전력이 강한 이란을 맞아 슈틸리케 감독은 카타르전 때의 공격적인 4-1-4-1 대신 중원 장악에 유리한 4-2-3-1 전술로 안정감을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원톱 스트라이커에는 이번에도 석현준(트라브존스포르)과 김신욱을 차례로 투입할 가능성이 크다. 좌우 날개는 손흥민과 지동원이, 섀도 스트라이커 역할은 구자철이 맡는다. 중원에는 기성용과 한국영(알 가라파)이 나설 것이 유력하다. 중앙수비수 홍정호의 퇴장 공백이 발생한 포백(4-back)은 좌우 풀백 홍철(수원)과 장현수(광저우 푸리), 중앙수비 김기희(상하이 선화)와 곽태휘(서울)로 구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카타르전에 이어 김승규(빗셀 고베)가 골문을 지킨다.
이란의 최대 경계대상은 유럽 매체가 ‘이란의 메시’라고 부르기도 했던 공격수 사르다르 아즈문(21)이다. 세대교체의 대표주자인 아즈문은 러시아프로축구 FK 로스토프에서 스트라이커로 활약하고 있다. 18세이던 2013년 처음 국가대표에 발탁된 그는 2014년 슈틸리케호와의 친선전에서 결승골을 넣은 장본인이기도 하다.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 7경기에 나와 4골을 기록해 손흥민과의 골잡이 대결이 볼 만하게 됐다. 이란은 이번 최종예선 3경기에서 3득점 무실점의 탄탄한 수비를 과시하고 있다. 세 번째 이란과의 대결에 나서는 손흥민은 “이란이 강팀이지만 우리가 그동안 골 운이 없었던 부분도 있고 승부는 종이 한 장 차이였다고 본다”면서 “실수가 승부를 좌우할 것”이라며 집중력을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