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갈길 먼 'DTC-유전자 검사'

가계분석·질병예측 등 '인기 검사' 빠져 소비자 외면

관심 줄자 민간업체 서비스 머뭇…사업 참여 17곳에 그쳐



정부의 규제 완화와 함께 급성장 기대를 모았던 ‘소비자 직접 의뢰(DTC·Direct-to-consumer) 유전자검사’ 시장이 시작부터 주춤하고 있다. 지난 6월 보건복지부의 법 개정으로 의료기관뿐 아니라 민간업체도 소비자에 직접 유전자검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기업의 참여가 생각보다 저조한 것이다. 체질량지수·탈모·비만 등 12가지 항목에 대해서만 검사하도록 허용해준 지금의 형태로는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기 어렵다는 판단이 업체들을 머뭇거리게 하고 있다.

10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9월 말까지 ‘DTC-유전자검사’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신고한 기업은 전체 89개 관련 업체 가운데 17곳에 불과하다. 월별로는 규제 완화 직후인 7월이 13곳으로 가장 많았고 8월과 9월에는 각각 2곳만 접수됐다. 새로운 시장 창출로 선점 경쟁이 치열해야 하는데도 불과 3개월 만에 기세가 꺾인 모양새다.


실제로 10월 현재 소비자가 직접 유전자검사를 의뢰할 수 있는, 주목할 만한 제품을 출시한 기업은 서너 곳에 불과하다. 마크로젠·랩지노믹스 등 이미 충분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도 제품 출시 시기를 조율하는 중이다. “제품 자체는 준비가 돼 있는데 현행 규제로는 제품 간 차별화도 어렵고 소비자 관심을 끌 수 있을지도 확실하지 않아 좀 더 지켜보는 중”이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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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이를 ‘예고된 결과’라고 말한다. DTC 시장이 먼저 열린 미국·유럽과 일본 등을 살펴보면 소비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검사항목은 일명 ‘조상 찾기’로 불리는 가계 분석, 암·심근경색·뇌졸중이나 희귀유전적 질환 등에 걸릴 유전적 위험인자를 보유하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질병 예측, 약물에 대한 민감도 등이다. 하지만 국내 규제하에서는 이런 서비스를 전혀 제공할 수 없다. ‘생색만 내려는 면피성 규제 완화’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지속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혈당·혈압, 콜레스테롤, 피부 노화나 탄력 등 12가지 분야만을 검사할 수 있게 했는데 병원 정밀검진 정도만 받아도 알 수 있는 내용”이라며 “소비자들의 관심거리인 질병 예측 등의 분야가 다 빠져 있어 시장 형성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검사항목 확대를 요구하지만 보건복지부는 ‘시행 3개월밖에 안 됐는데 재논의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부의 늑장대응으로 급성장 중인 세계 유전체 진단·분석 시장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종은 유전체기업협의회장은 “일본은 아예 DTC 관련 규제를 하나도 두지 않는 등 많은 국가가 유전체 분석과 수집 등에 대해 전향적인 분위기로 돌아서고 있다”며 “기술 발전 속도 등을 봐도 앞으로 1~2년이 가장 중요할 것 같은데도 현행 규제에서는 여러 기회를 놓치는 건 아닐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김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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