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글로벌 현장에서] 우리가 몰랐던 파키스탄

서동구 주파키스탄 대사

테러위협 줄여 경제지표 호전

'고통의 땅'서 전략적 투자처로

한국 발전경험 수용도 적극

기업진출 확대, 동반성장 꿈꿔



지난 5월 말 가족과 함께 파키스탄 땅에 도착했다. 6월부터 섭씨45도를 넘나드는 무더위가 지속됐다. 파키스탄 부임이 결정되자 주변의 지인들은 무척 걱정된다며 위로의 말을 건네줬다. 파키스탄에서 날아오는 뉴스들은 테러, 명예살인, 지진·홍수 등 주로 부정적인 뉴스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임 후 몇 개월을 지내면서 다른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8월 대통령궁에서 최초로 망고 페스티벌이 개최됐다. 수십 종의 파키스탄 망고를 해외 판촉하기 위한 행사로 망고과일·망고주스·망고케이크 등 다양한 상품을 선보였다. 이중 단연 으뜸은 작지만 유난히 맛과 향이 좋은 물탄산 망고였다. 물탄은 펀자브주 중앙에 위치한 도시로 인더스 강 상류에 위치한 유서 깊은 도시다. 알렉산더 대왕이 인더스 강 상류를 건너 이 도시까지 진격한 후 퇴각한 역사가 있다. 알렉산더 대왕의 군대는 동방원정을 위해 현재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국경산맥을 가로지르는 카이버 고개를 넘어왔다. 인근 칼라시 계곡에는 알렉산더 대왕의 후손들이 아직도 거주하고 있다.


파키스탄 마라난타 스님은 4세기 중국을 거쳐 전남 영광 법성포에 도착해 불교를 전했다. 이것이 한국과 파키스탄 간 교류의 시발점이다. 8세기 혜초 스님은 4년간 구법여행을 위해 한때 간다라 왕국이었던 파키스탄 북부지역을 방문했다. 간다라 왕국의 수도였던 페샤와르나 탁실라의 박물관에서 석굴암 불상의 원형을 만날 수 있다. 라호르박물관에는 수년간의 수행으로 온몸에 핏줄이 드러나 있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부처 고행상이 앉아 있다. 물론 파키스탄은 모헨조다로나 하라파 유적이 보여주는 것처럼 인류 문명의 발상지 중 하나이자 동서 문명의 교차로이기도 하다.

파키스탄 북동부에는 세계 최장수 마을로 알려진 훈자마을이 위치해 있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10대 절경 중에 미국 그랜드캐니언, 캐나다 루이스 호수와 함께 훈자마을 고산지대가 포함돼 있다. 훈자마을은 어느 곳에 앉아서도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져 있는 만년설 히말라야 산맥을 감상할 수 있다. 파키스탄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후 분리된 인도와의 몇 차례 전쟁으로 경제발전의 기반을 세울 기회를 놓쳤다. 현재도 파키스탄은 이웃인 아프간 내전과 테러로 고통을 받고 있다.


고통의 땅에도 서광이 비치기 시작했다. 2014년 12월 아프간 국경 지역 페샤와르에 소재한 군인자녀 학교에서 대형테러가 발생하자 파키스탄은 전 국민적 지지하에 대테러작전을 과감히 수행해 테러사건의 빈도와 강도가 크게 줄었다. 테러 위협이 줄어들면서 경제발전의 추동력이 배가되고 있다. 7월 모건스탠리사는 파키스탄을 유망 신흥시장으로 승격시켰으며 현재 모든 거시경제지표가 지속 호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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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질적인 에너지 부족으로 인한 산업·투자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각종 발전소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향후 3~4년 안에 계획정전이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 대전략의 일환으로 파키스탄과 함께 460억달러 규모의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PEC)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파키스탄에서 CPEC은 경제발전과 동의어로 사용된다. 이는 중국인들이 몰려오고 있다는 의미이다.

우리도 이미 삼부·롯데·대우·대림·삼성·LG·현대·남동발전·한국수자원공사 등 기업들이 각종 사업에 진출해 있으며 진출 분야도 수력발전소, 병원, 자동차, 제약, 음료·제과, 화장품 등 실로 다양해지고 있다. 나와즈 샤리프 총리를 비롯한 지도층은 한국과 한국기업에 대해 대단히 호의적이며 새마을 운동을 비롯한 우리의 경제발전 경험수용에도 적극적이다. 특히 이슬라마바드와 라호르 간 ‘M-2’ 고속도로를 건설한 회사가 한국 기업이며 현지 시장에서 유통되는 고급형 텔레비전, 휴대폰 및 세탁기가 한국제품임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7월 이곳 국립외국어대에서는 파키스탄 최초의 K팝 축제가 열렸고 한류드라마 대장금이 국영방송에 방영되기도 했다. 오늘도 수많은 파키스탄 청년들이 코리안드림을 이루기 위해 한국어능력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처럼 파키스탄은 ‘제2의 이란’과 같은 전략적 투자처의 모양을 갖춰가고 있다. 유난히 선명한 파키스탄의 달과 별을 바라보면서 앞으로 전개될 파키스탄의 경제발전과 동반성장을 꿈꾸는 우리 기업들의 진출을 마음속에 그려본다. 서동구 주파키스탄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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