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고인돌] 예술가의 용기, 때로는 세상을 바꾼다

박원주 작가의 '도전과 창조의 순간,예술'

서대문도서관서 11일부터 한 달간 열려

미술사 중대사건과 작품 소개 및 실습 겸해

'일상에서 예술이란 무엇인가' 이해 도와

‘그림 뒤에 무엇이 있을까요’  박원주(사진) 작가가 입체와 평면을 뒤섞어 공간을 교란시킨 루치오 폰타나의 ‘슬래시 연작’이 관람객과 작품의 거리감을 좁히는 새로운 시도를 한 작품이라고 설명하고 있다./사진=백상경제연구원‘그림 뒤에 무엇이 있을까요’ 박원주(사진) 작가가 입체와 평면을 뒤섞어 공간을 교란시킨 루치오 폰타나의 ‘슬래시 연작’이 관람객과 작품의 거리감을 좁히는 새로운 시도를 한 작품이라고 설명하고 있다./사진=백상경제연구원




“루치오 폰타나가 붓을 버리고 칼을 든 이유는 전통적인 예술의 범주를 벗어나고 격식을 파괴하는 시도입니다. ‘내가 그림이라는 정의를 손봐야겠다’는 결단과 용기가 없었다면 행동으로 옮길 수 없었겠지요. 즉, 물감을 칠한 사각의 캔버스는 더 이상 그림이 아니라는 예술가적 선언입니다.”


11일 서대문도서관에서 열린 고인돌(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 강좌 ‘도전과 창조의 순간, 예술’을 맡은 박원주 작가 겸 강사는 이탈리아 출신의 화가 겸 조각가인 루치오 폰타나의 ‘슬래시 연작(Slash Series)’을 소개하면서 새로운 예술에 도전하는 작가의 용기에 대해 설명했다. 고인돌(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은 서울시교육청과 본지 부설 백상경제연구원이 공동으로 기획·운영하는 시민 인문학 아카데미 프로젝트로 올해 4회째다.

조각가로 활동하고 있는 박 작가는 새로운 예술적 시도로 당대엔 비난과 조롱의 대상이 되었지만, 이를 극복하고 오늘날 예술사의 중요한 순간으로 남은 작가와 작품을 소개하면서 탄생 과정과 의미 그리고 시대적 배경을 소개했다.


“폰타나가 슬래시 연작을 시도한 당시의 시대적 상황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베트남 반전운동이 격렬했습니다. 격식과 전통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사회 곳곳에서 벌어졌던 때이기도 하지요. 폰타나가 처음 색을 칠한 캔버스 위에 칼을 들고 섰을 때는 상당히 낯설고 두려웠을 겁니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 그림은 캔버스에 색을 칠하는 것만이 아니라는 깊은 고민 끝에 칼을 들었겠지요. 그렇다면 당시 작품을 본 관람객은 어땠을까요? ‘어! 작품이 찢어졌네’라면서 바짝 다가가 찢어진 틈새로 무엇인가를 찾겠다며 들여다보기도 했을겁니다. 이 작품은 2차원과 3차원의 경계를 허물면서 공간을 교란시켜 그림 뒷면을 들여다보는 재미를 주기도 했어요. 캔버스를 찢은 행위는 화가가 사물을 그대로 재현하는 권위자들의 심부름꾼이 아니라는 것을 선언한 인상파 화가들의 용기와도 닮아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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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작가는 작품의 미술사적 의미를 오늘날 일상으로 확장해 수강생들의 공감을 얻었다. “우리가 찢어진 청바지를 입을 때 격식을 벗어나 해방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폰타나의 행위도 마찬가지입니다. 꽉 짜인 기존 예술계의 질서에 도전장을 던지면서 해방감을 얻은 것이지요.”

그는 전시장에 등장한 소변기를 ‘샘’이라는 예술작품으로 둔갑시킨 마르셀 뒤샹에 대해 설명하면서 “소변기라는 실체보다 일련의 사건 자체가 작품이 된 첫 시도”라면서 개념미술을 이해하는 방식에 대해 자세하게 소개했다. 수강생들은 더 이상 자신의 손으로 직접 작품을 만들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된 오늘날, 그렇다면 예술은 무엇인가에 대한 궁금증을 품기도 했다.

박 작가는 무대 뒷면을 그린 드가의 ‘기다림(Waiting, 1880~1882)’ 배경을 지워버린 마네의 ‘피리 부는 소년(Le Joueur de fifre, 1866)’ 등 초상화의 공식을 깨고 새로운 모험에 도전한 작품을 통해 작가의 용기와 결단 그리고 불안감과 공포 등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예술가도 우리와 같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로 그들도 비슷한 공포와 불안을 느끼며 새로운 작품에 도전해 왔다”면서 “우리도 그들의 도전을 따라 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보자”며 실기를 겸한 강의 내용을 설명했다. “강의 시간에 트레이싱 페이퍼를 깔고 연필로 베껴가면서 모작을 하고 이를 다시 새로운 형태로 변조해 보는 식의 실습을 곁들일 예정입니다. 예술가의 모험과 도전 그리고 불안감을 우리도 한번 체험해 보면 어떨까요.”

총 5강으로 구성된 이번 강좌는 1강 용기있는 도전이 바꾼 세상, 2강 어머니, 나의 어머니, 3강 액자 뒤에 숨긴 비밀: 예술가의 비상금, 4강 우리 시대의 리얼리즘-일상과 예술, 5강 작품 나눠보기 등으로 진행된다.

한편, 서울시교육청 도서관 21곳과 서울시 중고등학교 30여 곳에서 12월까지 잇따라 열리는 고인돌 강좌의 세부 프로그램은 서울시교육청 평생교육포털 에버러닝(everlearning.sen.go.kr)을 참고하면 된다. 강좌는 무료이며, 신청은 해당 도서관으로 문의하면 된다./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문학박사)

장선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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