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단독]中서 활로 뚫자더니...한푼 못쓴 '4조 中 M&A펀드'

대통령 지시로 연초 발족했지만 M&A 지원실적 '0'

1215A01 중국시장 진출프로그램 개요1215A01 중국시장 진출프로그램 개요


정부가 중국 내수시장 진출의 ‘특효약’이라며 4조원 규모의 중국 기업 인수합병(M&A) 펀드를 발족했지만 10개월이 지나도록 M&A 지원 실적이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산업은행 등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초 ‘중국 시장 진출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중국 기업 M&A를 시도하는 기업 지원을 핵심으로 하고 중국 내 생산기지 및 유통망을 구축하려는 기업도 돕기로 했다. 하지만 최근까지 M&A 지원실적은 단 한 건도 없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검토 중인 사안은 있지만 M&A 목적으로 자금 지원이 이뤄진 사례는 없다”며 “중국에 공장을 세우거나 시설을 구축하는 용도의 자금 지원만 이뤄졌다”고 말했다. 다른 정부 관계자도 “펀드 발족 이후 기업 간담회 등을 열었지만 M&A를 하겠다는 기업 자체가 드물다”고 설명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중국 내수시장 진출이 어렵다면 현지 기업을 M&A하거나 지분을 매입해 활로를 뚫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중국이 경제구조를 수출에서 내수로 돌리는 ‘재균형’ 정책을 실시하고 한국으로부터의 중간재 수입도 줄이면서 우리의 대중 수출이 직격탄을 맞는 등 위기감이 고조된 시기였다.

이에 정부는 중국 내수시장을 공략해야 하는데 M&A가 지름길이라고 판단하고 이 펀드 조성을 추진했다. 현지 사정에 밝지 않은 우리 기업도 인수 업체가 보유한 고객정보, 배송망, 현지 분위기, 업무관행 등을 한번에 얻어 진출 초반부터 현지 기업처럼 영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2016 경제정책 방향’에서 ‘규제프리존 특별법’ 등과 함께 중국 시장 진출 프로그램을 올해의 핵심 경제정책으로 제시했다.

프로그램은 기존에 산업은행이 관리하던 30조원 규모의 ‘기업투자촉진 프로그램’에서 4조원을 충당해 집행하는 것으로 설계됐다. 자금 수요가 있으면 투입하는 ‘캐피털 콜’ 방식이다. 9월 말 현재 생산기지 및 유통망 구축용도로만 총 6건이 지원돼 현지 공장 및 쇼핑센터 증설 등에 쓰였다. 금액은 2,247억원으로 전체 계획된 규모(4조원)의 5.6%에 불과했다.

“M&A 추진 기업 상황 고려 않은 탁상행정 탓”


M&A는 비밀리에 추진하는 게 생명...지원 요청하면 정보 새 나가 요청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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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자체가 중국 복잡한 법체계·기업구조에 M&A 꺼리는 것도 한 몫

상반기 중국기업 M&A 4억달러로 기대 이하

중국 기업 M&A 실적이 없는 것은 애초부터 이 정책이 시장 상황을 감안하지 않은 채 만들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 M&A시장 참여자는 “기업들은 정보가 미리 새나갈 경우 계약이 불발되거나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M&A를 최종 결정할 때까지 비밀에 부친다”며 “정부에 지원을 요청하는 순간 M&A를 추진하고 있다는 정보가 새나갈 수 있어 요청하기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M&A시장의 속성을 무시한 보여주기식 탁상행정이라는 것이다.

정책홍보 미흡도 또 다른 이유로 꼽힌다. M&A펀드에 대한 정부 차원의 기업설명회는 올해 단 한 건에 그쳤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M&A펀드만 전문적으로 설명하는 행사는 한 번밖에 개최하지 않았지만 기업 관계자를 만날 때마다 M&A펀드가 있으니 적극 활용하라고 설명한다”고 해명했다.

반면 정부는 기업들이 중국 기업 M&A 자체에 관심이 없는 점을 주된 이유로 꼽는다. 기업이 뭐라도 할 의향을 보여야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중국 기업 M&A펀드를 소개하는 설명회를 개최했지만 대부분이 M&A보다 공장 증설을 위한 자금 지원 등에만 관심을 보였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기업들은 중국 특유의 복잡한 법체계와 기업 지배구조, 사내 중국 전문가 부재 등을 이유로 중국과의 M&A에 소극적이다.

기업들이 3세 경영체계로 접어들고 도전정신도 사라지면서 중국 기업뿐 아니라 M&A 자체에 소극적인 것도 주된 이유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상반기 우리 기업의 실질적 M&A로 볼 수 있는 비계열사와의 기업결합 건수는 134건이었다. 지난해 상반기의 168건에 비해 20.2% 감소했다. 금액도 12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22조8,000억원에서 46.5% 급감했다.

이에 따라 우리 기업의 중국 기업 M&A 실적도 저조했다.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6월까지 우리가 중국 기업을 M&A한 뒤 신고한 금액은 4억달러(약 4,400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3억1,000만달러), 2014년 1억9,000만달러에 비해 늘어나기는 했지만 한창때인 2013년(6억달러)에 못 미쳤다. 금융위기 전인 2007년에도 상반기 기준 6억달러까지 불어난 바 있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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