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국무총리는 지난 6월 중국 방문 당시 리커창 총리를 만나 중국 어선 불법조업의 심각성을 전하고 문제 해결을 요청했다. 리 총리의 공식적 답변은 “한국 측과 긴밀히 협력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회담 후 들리는 말로는 중국 당국이 우리 측에 중국 동부해안에서 활동하는 중국 어선은 100만척 이상이고 어민도 3,000만명에 달해 실질적 단속에 어려움이 있다며 호소했다고 한다.
지난해 취재기회가 있어 우리의 하늘과 바다의 실시간 상황이 나타난 군의 레이더 정보 자료를 볼 수 있었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는 빼곡한 점들이 NLL선을 따라 한강하구 코앞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꽃게잡이 철을 맞아 몇 달째 바다 위에서 숙식하며 꽃게뿐만 아니라 다른 어족의 치어까지 싹쓸이하는 중국 어선단으로 남북의 민군(民軍) 배를 모두 합한 숫자보다 많았다. 군 관계자는 “하루에만 100만척 이상의 중국 어선이 우리의 방어 경계 안팎에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관리·통제의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해경에 따르면 실제 지난해 서해 NLL과 배타적경제수역(EEZ) 인근에만 출몰한 중국 어선은 처음 10만척을 넘어섰다. 여기에는 남해와 동해 울릉도 인근까지 출몰하는 중국 어선은 배제돼 있다. 이 정도면 바다의 ‘인해(人海)전술’이나 다름없다. 식량 문제 해결을 위해 어업을 육성해 세계 최대 어업국으로 도약시킨 중국이지만 불법조업에 대해서는 ‘나 몰라라’하는 셈이다.
불법조업 어선 단속에 나선 해경 고속단정을 중국 어선이 충돌·침몰시킨 사건을 두고 한중 양국의 시각차가 크다. 엄중 항의하는 우리 당국에 대해 중국 대사는 ‘이성적 해결’만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무엇이 이성적 해결인지 몰라도 불법 중국 어선에 대해 발포와 격침 등 강경하게 나서는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 대응은 너무 유약하다. 한국 공권력을 우롱하는 중국 어선에 분명하고 엄중한 법 집행이 필요하다. /온종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