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정책

[신탁제도 전면개편 추진] 무너지는 금융업 칸막이...운용시장 빅뱅 예고

은행·보험·증권 등 모두 대상

주식부터 부동산까지 아울러

노후 대비·상속 등 활용도 높아

금융업권 간 경쟁 촉진시키는

불특정금전신탁 부활 여부 관심



신탁제도 개선안은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금융개혁의 핵심과제로 꼽은 ‘국민 재산 늘리기 프로젝트’를 완성하기 위해 맞춰야 하는 마지막 퍼즐 조각이다. 금융위원회가 앞서 도입하거나 발표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독립투자자문업자(IFA) 제도 등과 비교해 신탁제도 개선안은 더 복잡한 고차방정식이다. 신탁업 자격을 가진 은행·보험·증권 등 46곳 금융사에 모두 해당하는 내용인데다 신탁계좌를 통한 운용 대상이 주식·채권을 비롯해 부동산·동산 등 유형자산까지 광범위하게 아우르기에 자산운용시장의 빅뱅을 예고하고 있다.

금융위는 신탁제도 개선을 통해 금융 업권 사이의 장벽을 허물기를 원한다. 임 위원장이 지난 7일 시중은행 관계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신탁업 규율 체계를 전반적으로 개편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금융투자업계는 정책 추진 방향에 반발하고 있다. 신탁업 발전방안 마련을 위한 태스크포스(TF)가 금융사의 불특정금전신탁 취급 허용 방안을 논의 대상에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불특정금전신탁은 금융사가 여러 고객으로부터 자산을 받아 주식·채권 등에 투자해 수익을 배분하는 상품이다. 집합투자업 인가를 받은 자산운용사가 만드는 펀드와 사실상 같은 기능을 한다. 현재 자본시장법에 통합된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이 2004년 시행되면서 금융사에서의 판매가 금지됐다. 금융사가 고객과 1대1 계약으로 받은 신탁자산을 집합운용 하는 것이 본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은행 쪽에서는 고객에게 다양한 형태의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금융업권 간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구본성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조정실장은 “자산관리 수단으로 신탁을 선택했을 때 집합운용을 통해 관리 비용을 절감하고 여러 자산에 투자할 수 있다면 고객에게도 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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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에서는 이를 위해 2009년 자본시장법에 포함된 신탁업 규율에 관한 내용을 별도의 법으로 되살려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현재 자본시장법에서 신탁업과 집합투자업의 기능을 분리해 관리하고 있는데 이러한 틀이 흔들리면 운용 규제가 약화하면서 투자자보호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짚었다.

고객이 자산을 금융사에 맡기되 수익권을 가족이나 친인척 등 제3자에게 넘길 수 있는 신탁의 특성을 고려해 장기 운용 서비스 수단으로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점에는 모든 금융업권이 공감대를 형성했다. 신탁법 전면 개정안이 지난 2011년 통과되면서 고객이 자신의 사망을 대비해 미리 특정 수익자를 정해두는 ‘유언대용신탁’ 등이 도입됐지만 활성화되지는 못한 상태다. 금융위는 고객에게 신탁 상품 가입 유인을 주기 위해 기획재정부 등과 세제혜택을 부여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신탁업이란

자본시장법에서 규정한 금융투자업의 6개(투자매매업·투자중개업·집합투자업·신탁업·투자일임업·투자자문업) 인가 단위 중 하나다. 신탁(信託)은 말 그대로 고객(위탁자) 돈이나 부동산 등의 자산을 금융사(수탁자)에 관리·운용을 믿고 맡기는 개념이다.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은 고객이 직접 가질 수 있고 가족이나 친인척 등 제3자에게 넘기는 것도 가능하다. 고객이 운용 대상을 직접 지정하는 ‘특정금전신탁’과 여러 고객 돈을 한데 모아 투자한 뒤 수익을 배분하는 ‘불특정금전신탁’이다. 불특정금전신탁은 집합투자기구(펀드)와 유사하다.

지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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