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소재 분야의 경쟁력 강화, 이른바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LG화학이 선제 대응에 나섰다. 중국의 추격을 받는 범용 제품 대신 고부가 제품군을 확대한다는 기본원칙 아래 나프타분해시설(NCC) 라인을 증설해 기초원료의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 한편 공급과잉 상태에 놓인 폴리스티렌(PS) 제품 라인을 고부가 합성수지(ABS) 라인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LG화학은 우선 오는 2019년까지 충남 대산공장에 2,870억원을 투자해 NCC공장의 에틸렌 생산량을 23만톤 증설한다고 16일 밝혔다. 증설작업이 완료되면 LG화학 대산공장의 에틸렌 생산량은 기존 104만톤에서 127만톤으로 늘어 전 세계 단일 NCC공장 중 최대 생산능력을 보유하게 된다.
LG화학은 이번 NCC 증설에 설비효율이 높은 공정을 도입해 투자효율성을 극대화할 방침이다. 단순히 생산량을 늘리는 수준의 증설이 아니라 더 적은 에너지를 투입하고도 더 많은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LG화학의 한 관계자는 “세계 최고의 원가경쟁력을 확보한 여수 NCC공장 수준으로 대산공장의 경쟁력을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NCC공장에서는 에틸렌·프로필렌·부타디엔 등 석유화학 제품의 기초원료가 생산되는데 이 제품들은 LG화학이 자랑하는 메탈로센계 폴리올레핀(PO), 고기능 ABS 및 엔지니어링 플라스틱(EP) 등의 원재료로도 쓰인다. 원재료에서부터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고 이를 가공하는 단계에서 또다시 독보적인 기술을 더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경쟁사들을 뿌리친다는 게 LG화학의 계획이다.
LG화학은 이와 더불어 내년 상반기까지 여수공장 내 PS 생산라인 2개 중 1개 라인을 고부가 제품인 ABS 생산라인으로 전환하기로 확정했다. 장난감에 주로 쓰이는 저가 플라스틱 소재인 PS는 중국 업체들의 거센 추격을 받아 국내 유화업계가 자율적으로 감산하거나 인수합병(M&A)이 필요하다고 지목된 제품이다. 라인 전환이 완료되면 LG화학의 PS 국내 생산량은 연간 10만톤에서 5만톤 규모로 줄어들게 되며 ABS 국내 생산량은 연간 85만톤에서 88만톤으로 3만톤 증가한다.
사실 실적만 떼어놓고 보면 LG화학의 현 상황은 위기로 보기는 어렵다. LG화학 석유화학 부문은 올 상반기 전년 대비 22.5% 상승한 1,115억원의 영업이익을 내 적자를 기록한 정보전자소재 부문과 전지 부문을 견인했다. 하지만 경영진은 선제적인 구조조정에 나서지 않으면 저가 공세로 밀고 들어오는 중국 업체에 따라잡힐 수 있다고 판단했다.
정부 역시 구조조정을 요구했다. 석유화학협회는 지난달 말 베인앤컴퍼니에 의뢰해 정부에 제출한 ‘석유화학 컨설팅 보고서’에서 국내 유화업계가 △테레프탈산(TPA)와 PS를 감산하는 한편 △합성고무(BR·SBR)와 폴리염화비닐(PVC)은 고부가 품목으로 전환 생산해야 한다는 내용의 경쟁력 강화 방안을 내놓았다.
손옥동 LG화학 기초소재사업본부장(사장)은 “국내 석유화학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원가경쟁력 강화 및 사업구조 고도화라는 방향성은 물론 실행과 변화의 속도도 무척 중요하다”며 “한발 앞선 선제적 투자로 어떤 상황에서도 탁월한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을 확실하게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