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안팎으로 쏟아지는 악재에도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한국 경제에 대해 국제통화기금(IMF),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재정역할론’을 강조한 가운데 미국 재무부까지 “재정을 더 풀라”고 권고하고 나섰다. 한국의 소극적 재정정책이 국내외에서 십자포화를 받고 있는 셈이다. 재정당국이 지나치게 몸을 사려 고꾸라지는 경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미 재무부는 14일(현지시간) 의회에 제출한 반기 환율보고서에서 “한국은 경기를 후퇴시키는 재정충격(contractionary fiscal impulse)을 피하기 위해 단기 재정확대를 포함한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국의 재정확장 정도가 기대에 못 미치고 이는 경기를 후퇴시키는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미 재무부가 환율보고서에서 재정정책 문제를 적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한은은 지난 2014년 8월부터 다섯 차례에 걸쳐 금리를 1.25%까지 내렸다”며 “하지만 재정의 경기부양 정도는 제약돼왔다”고 비판했다. 7월 11조원대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한 것에 대해서도 “더 거둬들인 세금을 다시 푸는 것에 불과하고 일부는 국가채무를 갚는 데 썼다”며 “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제한적일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보고서는 “특히 내년 예산안은 국내총생산(GDP)의 0.5%밖에 늘어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정부는 재정확대 요구에 대해 여전히 신중한 입장이다. 매년 재정적자를 기록하고 있고 이로 인해 국가부채도 조금씩 늘고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에 따른 복지수요, 통일비용 등 한국의 특수성을 고려해 재정을 가능한 한 아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의 GDP 대비 국가채무는 내년 40.4%로 예상돼 세계에서 가장 양호하다. 올해보다 1.1%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115.2%, 미국은 110.6%, 일본은 229.2%에 달한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