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시각] 진정한 3만 달러 시대를 꿈꾼다면

김희원 생활산업부 차장

김희원 생활산업부 차장김희원 생활산업부 차장




금융위기가 막 시작된 2008년 스위스에서 평범한 현지 시민들을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다. 모두 자기 점검의 잣대가 엄격한 자국에서 은행 비리가 발발했다는 점을 놀라워하며 수치심을 토로했다. 원인과 해법·전망은 모두 달랐지만 공통점도 있었다. 시민 각자가 나름의 철학과 가치관을 갖고 정책을 저울질하고 비판하는 등 서로 다른 세계관을 바탕으로 대화에 임했다는 점이다. 같은 시기 대한민국 대졸 집단의 한 표본인 여의도 금융가에서 본 한국의 모습은 달랐다. 대통령선거를 앞둔 무렵 밤마다 서울 여의도 거리에는 포장마차촌이 펼쳐졌다. 하지만 삼삼오오 모인 시민들의 대화는 놀랍게도 천편일률적이었고 당일 조간신문 헤드라인과 묘하게 일치했다. 누군가의 생각을 본인의 가치관인 양 풀어놓으면서도 고유한 철학이 없다는 점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는 것. 양국의 의식 수준 차이로 보여 씁쓸했던 기억이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올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만달러 이상인 나라는 모두 27개국, 5만달러 이상은 12개국이다. 우리나라는 2007년 2만달러를 처음 돌파했지만 10여년이 지난 올해도 3만달러 진입은 어려울 것 같다.


흔히 1인당 GDP 3만달러는 일류 국가를 가르는 잣대이자 한 나라가 시민사회에 진입했는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기준점 역할을 한다. 시민사회란 시민 각자의 고유한 생각과 가치관을 바탕으로 집단이 아닌 개인이 가치판단의 주체 역할을 하는 사회다. 1980년대 민주화운동이 중산층을 양산하고 급격한 경제 성장까지 가져왔던 것처럼 각자의 성숙한 판단이 모여 사회적 신뢰도를 높일 때 진정한 일류 국가 진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특히 사회적 성숙도가 높을수록 환 가치 역시 높아지며 경제적 과실과의 밀접도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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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에서 이에 진입한 국가는 금융 허브 소국(小國)을 제외할 때 일본 정도다. 그러나 일본은 금융위기 이후 수개월을 제외하고는 일당 독재가 전후 50년 이상 이어지는 등 성숙한 시민사회의 모델로 보기에는 어려운 나라다. 정계와 관가·기업의 혼연일체로 상명하복과 복지부동 등이 심각해 이번 위기 국면에서 우리 기업에 추격의 발판을 허용했다. 일본이 3만달러 진입 후 ‘잃어버린 20년’을 보낸 것도 이 같은 창의력 및 사회 시스템 부재에서 원인을 찾는 전문가들이 상당하다.

일본의 예는 사회적 성숙 없는 3만달러 진입은 달성한다 해도 무의미함을 보여주는 한 사례로 평가된다. 그러나 아직 축포를 터뜨리지도 않은 우리 사회의 모습은 서구권보다 일본 모델에 더 가까운 것 같다. 자신 및 집단의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조직과 국가와 미래를 아우르는 성숙한 길을 택할 때 모두에게 이익이 되건만 눈앞의 실익에만 집착하는 사례를 국회와 기업 등 사회 곳곳에서 보게 된다.

100년 국가나 기업을 만드는 열쇠도 결국 구성원 각자다. 너무 오래 방관만 한다면 영영 기회를 놓칠 수 있음을 지금쯤은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heewk@sedaily.com

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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