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안심전환대출 32조 풀고 보금자리 옥죄다니...형평성도 잃었다"

[당국 '보금자리론 중단' 한발 물러났지만...]

주금공 "18일까지 계약땐 변경전 요건 적용" 해명자료

"예고도 없이 중단 말이 되나" 서민들은 분통 여전

전문가 "서민용 정책상품 신중한 접근 필요" 지적



서민을 위한 정책금융상품인 주택금융공사 보금자리론의 대출요건 강화를 두고 서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과 주금공이 “실수요자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18일까지 주택매매계약을 체결하면 변경 전 조건을 적용하겠다”고 한발 물러섰지만 올해 말 결혼 예정인 예비 신혼부부나 전세 만기에 맞춰 내 집 장만을 준비하던 서민들 대부분은 해당 사항이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말 “고정금리·분할상환대출로 가계부채의 질을 개선하겠다”며 30조원 이상을 공급한 안심전환대출과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말 결혼 앞둔 서민들 분통 여전=주택금융공사는 이날 해명자료를 통해 “오는 19일부터 보금자리론의 대출요건이 강화되지만 대부분의 서민은 여전히 이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근거는 이미 대출을 받은 사람들의 통계다. 주금공에 따르면 보금자리론 이용자 중 △주택 가격이 3억원 이하 △연소득 6,000만원 이하 등 강화된 조건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전체의 56.6%에 달한다. 이들의 평균 대출금액 역시 9,800만원으로 강화된 조건(1억원 이하)을 충족하는 수준이라는 게 주금공의 설명이다. 또 급격한 제도 변경에 따른 실수요자의 피해를 막기 위해 18일까지 주택매매계약을 체결하면 보금자리론 대출 신청은 이후에 하더라도 기존 요건을 적용해 받아주기로 했다.


이 같은 주금공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갑작스러운 대출 축소에 서민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우선 최근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올해 말 신혼집 마련을 계획하고 있는 직장인 서모(36)씨는 “올해 말 매입을 목적으로 아파트 단지를 특정하고 매물을 알아보고 있는 상황인데 급하게 계약을 체결하더라도 가격요건이 안 맞다”며 “정책금융상품을 충분한 안내도 없이 며칠 만에 손바닥 뒤집듯 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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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심전환대출과 형평성 문제도 대두=정부정책의 일관성은 물론 형평성 차원에서도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금융당국과 주금공은 “주금공의 여력이 없어 일시적으로 보금자리론의 대출요건을 불가피하게 강화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이는 불과 1년6개월 전과는 다른 태도다. 지난해 4월 금융위는 기존의 변동금리대출, 만기 일시상환대출을 고정금리·분할상환대출로 바꿔주는 안심전환대출을 출시했다. 주택 가격 9억원 이하면 소득요건 없이 가능했고 은행권 대비 낮은 금리 매력에 수요자들이 창구에 줄을 서는 진풍경까지 벌어졌다. 두 차례에 걸친 공급 규모만 총 32조원. 정부와 한은이 4,000억원을 단계적으로 주금공에 출자하고 있지만 35배 수준이던 주금공의 운용배수는 40배 이상으로 높아졌다. 출시 당시 “혈세로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중산층을 지원한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금융당국은 가계대출의 질적 개선을 위해서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보금자리론을 예고도 없이 사실상 중단하는 것은 어떻게든 대출 총량을 제어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다만 실수요가 분명하고 서민들을 대상으로 한 정책성 상품인 만큼 좀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조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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