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취업정보 시장에도 빅데이터 바람

틈새 노린 스타트업 고속 성장

코멘토, 이력서 알고리즘 분류

세분화된 매칭·자기소개 첨삭

크레딧잡, 건보료 기반 분석

기업 연봉·퇴사율 등 무료 제공



해외 기업의 한국 영업 지사인 A사는 직원을 채용할 때 공고를 내지 않는다. 공고를 올리면 이력서가 많이 들어오지만 대부분 면접장에 와서야 무슨 일하는 회사인지 궁금해 하는 ‘묻지마 지원자’들인 탓이다. 공개채용에 투자하는 시간과 비용에 비해 회사에 적합한 사람을 찾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자 직원들의 추천을 받는 것으로 채용방식을 바꿨다. 하지만 ‘알음알음’ 방식도 한계가 있었다. A 기업의 인사담당자는 “우리 회사가 큰 규모는 아니어도 해외 기업의 한국 영업을 전담하고 있어 재무상태가 좋고 전문성도 키울 수 있지만 우수한 인재들에게 이러한 장점을 알리기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취업정보 전문 플랫폼 ‘코멘토’는 이를 간파하고 틈새시장에 뛰어들었다. 구직자들의 이력서를 코멘토가 미리 받아 놓고 알고리즘에 따라 기업이 원하는 이력을 분류해 해당 구직자에게 초대장을 보내는 방식이다. 초대장을 받은 사람들 중 수락하고 지원 동기를 써내는 구직자만 면접 자격을 얻을 수 있다. 지원자들의 정보가 하나하나 쌓이면서 구인 서비스를 받으려는 기업은 더 늘어나는 추세다. 이력서와 기업 채용 정보가 축적되면서 구직자들의 이력과 특징,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요소들이 다시 ‘정보화’하는 셈이다.

취업정보 시장에 빅데이터 바람이 불고 있다. 단순히 구직자나 기업의 정보를 목록화 해 보여주는 방식에서 벗어나 축적된 정보를 이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 코멘토의 또 다른 사업인 자기소개서 첨삭 서비스도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한다. 코멘토에는 다양한 산업군에서 현직으로 일하고 있는 5,000여명의 멘토들이 활동한다. 자신의 직무에 따라 취업 준비생들의 자기소개서를 첨삭하는 이들이 각각 하나의 데이터다. 이재성 코멘토 대표는 “현직자들이 답변하는 내용들을 보면 이 사람이 어떤 부서에서 어떤 일을 하고 어떤 고민을 했는지 알 수 있다”며 “이를 기반으로 경력직 채용 서비스도 오픈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멘토들이 주로 자소서를 첨삭하는 시간을 분류해 보니 출근 전 오전과 퇴근 후 밤이 많았다”며 “회사생활 패턴도 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보험료 내역을 분석해 역으로 42만개 국내 기업의 연봉을 추적해 공개하는 ‘크레딧잡’도 인기다. 연봉 뿐만 아니라 건강보험료 납입 내역을 바탕으로 해당 연도 입사율과 퇴사율도 제공한다. 기업 정보를 제공하던 잡코리아나 사람인 등의 서비스와 다른 점은 공짜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공개된 지표를 가공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 서비스인 것. 42만개 기업의 정보를 분석해 놓자 삼성카드를 포함해 카드업계와 일반 기업들의 수요가 높다. 대출한도를 심사하는 리스크 관리와 연봉수준에 따른 마케팅에 유용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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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현직자들이 기업에 관한 근무 환경, 연봉, 복지 등의 후기를 자유롭게 입력하는 ‘잡플래닛’과 구인 플랫폼 ‘원티드’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취업·채용 정보 서비스의 틈새시장을 노린 스타트업들은 처음에 빅데이터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걸리지만 한번 완성되면 단기간에 성장 속도가 가파르다”며 “취업 준비생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연봉정보, 기업 근무환경, 자기소개서 첨삭 등의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취업 준비 시간과 비용을 기존보다 대폭 줄여 사회적으로 효용이 큰 아이템”이라고 설명했다.

백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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