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불붙은 소프트파워 혁명] 광고전문가 박서원, 태양광 전도사 김동관…실력으로 승부하는 오너 경영인 두각

전문성과 참신함 바탕으로

사업 확장 대신 선택과 집중

신성장동력 육성·발굴 주력



박서원 ㈜두산 유통전략 담당 전무는 올해 새로 출범한 두산면세점 사업의 핵심 멤버다. 두산그룹은 그가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의 장남이어서가 아니라 광고·마케팅 전문가로서 전문성을 갖췄기 때문에 뽑았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박 전무는 반전(反戰) 광고 하나로 칸국제광고제·뉴욕페스티벌 등 세계 5대 광고제에서 모두 상을 받는 기록을 세웠다.

박 전무는 파격적인 전략으로 벌써부터 유통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인기배우 송중기를 기용해 두산면세점을 홍보하는 웹드라마를 제작하고 중국인 관광객의 취향에 맞춘 면세점 심야 영업 등이 그 예다. ㈜두산 관계자는 “박 전무는 면세점 광고·마케팅 등 유통전략을 총괄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최근 한국 주요 기업에는 전문성을 갖춘 오너 경영인이 점차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박서원(오른쪽) ㈜두산 전무가 두산면세점 홍보를 위해 계약한 인기배우 송중기와 격식없는 차림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박서원 페이스북박서원(오른쪽) ㈜두산 전무가 두산면세점 홍보를 위해 계약한 인기배우 송중기와 격식없는 차림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박서원 페이스북


아버지 세대가 기업의 확장에 주력했다면 박 전무 등 현재 젊은 경영인들은 참신함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선택과 집중’에서 더 장기를 발휘하는 모양새다.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는 신흥 오너 경영인의 대표주자다. 김 전무는 한화그룹이 태양광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점찍은 지난 2010년부터 깊숙이 참여해왔다. 한화큐셀과 한화솔라원을 합병해 시너지를 일으키고 미국 에너지 기업 넥스트에라에서 태양광 업계 사상 최대 규모(1.5GW)의 계약을 따낸 것 모두 김 전무의 작품이다. 한화큐셀은 분기 영업익 기준 지난해 2·4분기 첫 흑자를 냈고 지금은 분기 흑자가 1,000억원에 가까울 정도로 성장했다.


이우현 OCI 대표는 석탄화학 중심의 기업 체질을 태양광 산업 위주로 바꿨다. 이 대표는 서강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후 해외 화학기업과 투자은행(IB)에서 근무하며 일찌감치 에너지화학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직감했다. OCI에 입사하자마자 태양광 산업의 원료인 폴리실리콘 사업을 키웠다. 그의 대표 취임 이후 OCI는 3년 연속 적자라는 성장통을 겪었지만 올해는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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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업계에서는 최근 2~3년 새 전문성과 해외유학 경험을 두루 갖춘 3세 경영인이 전면에 나서는 추세다. 허은철 녹십자 대표(사장)와 윤웅섭 일동제약 대표(사장) 등이다. 허 사장의 경우 미국 코넬대에서 식품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녹십자에 입사해 주로 연구개발(R&D)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물론 이들의 선배 가운데도 배경이 아니라 실력으로 승부한 기업인이 많다. 현재 ㈜LG의 신성장사업추진단장인 구본준 부회장은 과거 LG디스플레이 대표로서 회사를 액정표시장치(LCD) 디스플레이 분야 세계 1위로 올려놓았다. 40년 넘게 GS칼텍스에서 재직하며 한국 정유화학 산업의 성장 토대를 일군 허동수 GS칼텍스 회장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최근 경영 일선에 나선 오너 경영인은 회사의 사업을 다각화하는 것보다 어떤 산업에 방점을 찍어 적극 성장시킬 할 것인가에 관심을 둔다는 점에서 선대와 차이를 보인다고 분석한다. 학계의 한 전문가는 “삼성그룹의 이재용 부회장이 방위산업·화학 계열사를 매각하고 전자·바이오·금융에 집중하는 것도 ‘수익성 있는 사업이라면 모두 공략하는’ 한국 오너 경영인들의 경영전략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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