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이현비, 재미의 시대] 재미 경험, 흥미로 시작한다.

[이현비, 재미의 시대] 재미 경험, 흥미로 시작한다.

이현비(이창후) 성균관대 학부대학 초빙교수


재미란, 새로운 경험을 통해서 얻게 되는 정서적 쾌감이다. 재미 경험의 과정은 ①흥미, ②몰입, ③쾌감, ④동경의 4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이런 구분을 통해서 우리는 콘텐츠를 만들 때 체계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이 중에서 재미 경험의 첫 단계인 흥미와 몰입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영화를 볼 때 사람들은 어떤 영화를 볼까? A 영화는 노인이 혼자 길을 가면서 겪는 고독감을 그린 영화이고, B 영화는 멋진 스포츠카가 로봇으로 변신해 악당 로봇과 싸우는 영화라면? 영화 〈트랜스포머〉의 세계적인 흥행이 말해주듯이 당연히 B 영화이다. 영화진흥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744만 명 이상의 관객을 끌어 모았다.

게임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어떤 게임을 시작했는데, 평범한 여자 캐릭터가 등장하더니 한동안 일상적인 대화만 계속 이어지다 심리검사로 낱말 맞추기 게임이 이어진다고 해보자. 어떨까? 나라면 이런 게임을 당장 관둘 것이다. 그러고는 멋진 우주선을 타고 미지의 행성으로 날아가면서 장애물을 격파하는 게임을 선택할지도 모른다.


이 두 경우 모두 영화와 게임의 재미 과정이 흥미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평범하기 짝이 없는 진실이 이것이다. 그렇다면 흥미란 무엇인가? “어떤 것에 대한 자발적 관심”이라고 말할 수 있다. 변신 로봇이나 몬스터를 타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경험에 사람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발적’ 관심을 가진다. 이것이 흥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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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사람들은 어떤 것에 흥미를 느끼는가? 그 답은 ㉠멋, ㉡새로움, ㉢친숙함에 있다.

첫째, 사람들은 멋있는 것에 흥미를 느낀다. 멋이란 감각적인 화려함이다. 국내 흥행 게임 중 하나인 <블레이드&소울>의 대표 캐릭터인 비월를 보면 이것을 알 수 있다. 게임 속에서 검사인 비월의 모습을 보면 매우 아름답고 관능적인 여검사이며 복장도 화려하다. ‘이런 모습으로 실제로 칼싸움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지만, 재미를 위해서는 무조건 아름답고 관능적이며, 눈길을 끄는 치장을 해야만 한다.

둘째, 사람들은 새로운 것에 흥미를 느낀다. 비월의 디자인을 보면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캐릭터의 모습만이 새로운 것이 아니다. 게임의 구성, 게임 속 캐릭터의 능력 등이 전반적으로 새로워야 한다. 2014년 3대 대작 게임으로 꼽히기도 했던 〈이카루스〉는 ‘하늘을 날 수 있다’는 특성 때문에 주목 받았다. 이전의 게임들이 땅 위에서만 싸웠던 것에 비해서 훨씬 새로웠던 것이다.

셋째, 사람들은 친숙한 것에 흥미를 느낀다. 비월의 캐릭터를 보면 새로우면서도 동시에, 어디선가 본 듯한 친숙함이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비월의 모습을 한번 보고 그것이 여자 검사의 모습이라는 것을 금방 알아 본다. 그 세부적인 문양은 서양 중세 기사들의 문양을 따온 듯 하고 머리의 비녀는 중국스럽다. 전체적으로는 새롭지만 전반적으로 친숙하기도 한 것이다.

사람들의 흥미를 끄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은 어렵다. 흥미의 요소에 대한 이 세 요소는 왜 그런지에 대한 답이 들어 있다. 새로움과 친숙함은 반대되는 성질인 것이다. 콘텐츠를 무조건 새롭게 하면 친숙하지 않고, 지나치게 친숙하게 만들면 새롭지 않다. 그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잡으면서 최대한 멋있게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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