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공짜복지에 멍드는 국가재정]예산 ⅓ '복지'에 밀려..."재정여력 없다" SOC·R&D 축소 악순환

<중> 무차별 무상복지에 발목잡힌 경제

복지예산 늘리며 현정부 5년간 158조 재정적자

성장 뒷걸음에도 신성장동력에 쓸 예산 부족

국정과제 재원 마련 '공약 가계부'도 공수표로





다음 주부터 국회 심의가 시작되는 내년도 예산안은 400조7,000억원 규모다. 이 가운데 복지지출은 3분의1(32.5%)인 130조원으로 올해보다 5.3% 늘었다. 올해 본예산 대비 내년 예산안 증가율은 3.7%. 추경을 포함할 경우 0.5% 증가하는 데 그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큰 폭으로 늘어난다. 복지지출이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올해 예산(31.8%)보다 늘었다. 복지예산의 증가는 사회간접자본(SOC)이나 연구개발(R&D) 등 경기 부양이나 미래 성장동력에 써야 할 다른 예산을 줄이는 악순환으로 나타나고 있다.


해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공짜복지는 정부의 경기 대응 여력까지 떨어트리고 있다. 대내외 악재에 수출과 내수·투자 등 주요 거시경제 지표가 뒷걸음질치며 2%대 중반 성장도 버거운 상황이지만 정부는 “돈을 더 풀 여력이 없다. 최대한 확장적으로 편성했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돈을 써야 할 곳은 많은데 나라 곳간에 여유가 없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재정 당국과 통화 당국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한 상황까지 나타나고 있다. 2%대 성장에 머무르고 있는 경기에 온기를 돌게 하기 위해 ‘확대 재정이냐, 금리 인하냐’를 놓고 서로 반복되는 핑퐁 게임을 벌이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한번 늘리면 줄이기 어려운 경직성 예산인 복지예산이 급증하면서 현 정부 5년간 누적 재정적자(중기재정계획의 관리재정수지)가 158조7,000억원에 이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부족한 나라 곳간을 채우기 위해 해마다 발행하는 적자 국채 규모도 꾸준히 늘어나 5년간 165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결국 국민의 혈세인 세금으로 갚아야 하기 때문에 결국 국민들의 부담으로 전가된다.


공짜복지가 재정에 본격적인 영향을 주기 시작한 것은 현 정부 출범 직후부터다. 증세 없는 복지를 추진하겠다면서 재원마련에는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5월 국정과제 이행을 위한 재정지원 실천계획이 발표됐다. 이른바 ‘공약 가계부’라 불리는 것이다. 여기에는 새누리당의 총선 공약(2012년 3월), 대통령의 대선 공약(2012년 12월), 현 정부의 140개 국정과제(2013년 5월) 등을 추진하기 위한 재정계획이 연도별 재원확보 계획과 함께 비교적 꼼꼼하게 담겨 있다.

관련기사



당시 기획재정부 보도자료에는 “집권 5년(2013~2017년) 동안 국정과제 이행을 위한 재원은 총 134조8,000억원이며 세입 확충 50조7,000억원, 세출절감 84조1,000억원으로 마련하겠다”고 적시돼 있다.

그러나 공약 가계부는 이미 공수표가 됐다. 공약(公約) 가계부가 재원 부족으로 약속을 못 지켜 결국 공약(空約) 가계부가 된 것이다. 공약 가계부의 재원이 부족한 이유는 경기가 생각만큼 좋지 않아 지난해까지 최근 3년 동안 세수펑크(국세수입 전망 대비 세수 결손)가 난데다 기초연금과 무상교육 등 공짜복지가 대폭 늘어난 탓이 크다.

정부는 공약 가계부에서 5년간 각종 비과세·감면을 줄여 18조원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이 역시 지키지 못할 공산이 크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지난 4년간 적용된 세법개정안의 세수 증대 효과는 총 16조6,300억원. 여기다 7월 정부가 발표한 ‘2016 세법개정안’이 그대로 국회를 통과하면 2,461억원이 추가된다. 정부가 5년 동안 마련한 비과세·감면 정비 실적이 16조8,700억원으로 당초 목표치인 18조원에 비해 1조원 이상 모자란 것이다.

정부부처 고위 관계자는 “나라 살림을 제대로 꾸리려면 ‘복지는 공짜가 아니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며 “충분한 재원마련 대책 없이는 결국 국민들의 세금부담으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세입과 세출의 불균형 문제는 저성장 기조에 따른 구조적인 문제도 자리 잡고 있다”며 “세입이 늘지 않으면 세출을 반드시 줄이는 구조개혁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고육지책으로 국가채무를 국내총생산(GDP)대비 45% 이내,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3% 이내로 묶는 ‘재정건전화법’까지 마련해 이달 중 국회 제출할 예정이다. 하지만 정치권의 요구로 눈덩이처럼 불어날 복지재원에 대한 부담을 어떻게 감당할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뚜렷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세종=김정곤기자 mckids@sedaily.com

김정곤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