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대법 "학교서 사망사고때 유족 급여 깎는 시행령 무효"

학교에서 사망사고가 났을 때 기존에 앓고 있던 질병을 이유로 유족에게 주는 공제급여를 깎을 수는 없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이 나왔다. 질병이 있는 경우 급여를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한 관련법 시행령 자체가 무효라고 전원합의체는 판단했다. 민사사건에서 시행령 무효를 선언한 것은 1999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처음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9일 부산의 한 학교에서 자율학습 중 숨진 박모양의 유족들이 부산광역시 학교안전공제회를 상대로 “유족 공제급여를 주지 않은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 공제회 측의 상고를 기각하고 유족 측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박양은 2014년 2월 학교 화장실에서 간질 발작이 일어나 쓰러진 후 숨졌다. 사체 검안서상 직접 사인은 쓰러진 자세에 따른 질식사로 추정됐다. 유족들은 공제회에 학교안전법에 규정된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했지만 공제회가 ‘학교안전사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위로금만 지급하자 소송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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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재판부는 “학교안전법은 불법 행위에 따른 손해배상과 달리 상호 부조와 사회 보장적 차원에서 학교 안전사고로 입은 피해를 직접 전보하기 위한 취지”라며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과실책임의 원칙이나 과실상계 이론이 당연히 적용된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시행령에는) 공제급여를 지급할 세부 기준과 계산 방식을 규정할 수 있을 뿐”이라며 “이에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은 법률의 위임이 없거나 위엄 범위를 벗어나 피공제자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으로서 무효”라고 덧붙였다.

조희대·이기택·김재형 대법관은 “시행령 일부만 무효이거나 모두 유효하다”는 반대 의견을 냈다. 권순일 대법관은 “행정소송으로 진행해야 할 사건을 민사소송으로 잘못 제기한 경우지만 절차상 잘못이 판결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볼 수는 없다”며 별개 의견을 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이 학교라는 생활공동체 안에서 발생하는 불의의 각종 사고로부터 당사자를 보호하는 사회안전망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흥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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