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먼지만 털다 끝난 롯데 수사 포스코 판박이 아닌가

검찰이 신동빈 회장 등 오너 일가를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롯데그룹 수사를 마무리했다. 수사에 착수한 지 4개월 만이다. 넉 달 동안 비자금을 찾기는커녕 횡령·배임 등 법적 논란의 여지가 많은 혐의만 걸어 신 회장 등을 재판에 넘겼다. 6월10일 사상 최대의 수사인력을 투입해 17곳을 한꺼번에 뒤지는 등 기세등등했던 모습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특히 신동빈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법원에서 퇴짜까지 맞았다.


도대체 검찰이 밝혀낸 게 뭐냐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똑같은 비판이 지난해 포스코 수사 때도 나왔다. 지난해 3월 수사 개시 당시 검찰은 “국민기업인 포스코의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으나 결과는 그에 한참 못 미쳤다. 8개월이나 질질 끌다가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 등을 뇌물공여·배임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는 데 그친 것이다. 정 전 회장의 혐의에 골프 접대와 고급 와인을 받은 것 등 소소한 비리까지 탈탈 털어 집어넣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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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적 부패를 도려내겠다고 장담했지만 정작 드러난 것은 개인비리뿐이었던 셈이다. 검찰 수사는 단기간에 끝내는 게 정상이다. 특히 기업수사가 그렇다. 그래야 경영이나 국가 경제에 미치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검찰의 기업수사는 이런 정석을 한참 벗어났다. 충분한 준비 없이 ‘뭐라도 걸리겠지’라는 투망식·먼지떨이식 압수수색을 시도 때도 없이 하기 일쑤다. 원하는 답을 못 얻으면 시간을 끌면서 곁가지 혐의를 찾기 바쁘다. 기업경영이 어떻게 되든 안중에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러고도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으니 수사 관행에 문제가 있다고 할 수밖에 없다. 검찰은 롯데 수사가 포스코의 전철을 밟은 것을 부끄러워하고 수사방식을 뜯어고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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