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등장한 의혹들을 종합하면 최씨는 대기업 팔을 비틀어 재단을 세우고 유입된 자금을 빼돌려 딸의 독일 승마유학 비용으로 사용했으며 이대는 최씨 딸의 편의를 위해 학칙까지 바꿔가며 입학과 학점을 허락했다는 시나리오가 나온다. 이 과정에서 말을 잘 듣지 않았던 문화체육관광부 간부도 날렸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이 거대한 혼란이 최씨 모녀의 뒷바라지 때문에 일어난 셈이다. 하지만 최씨가 스스로의 힘으로 전경련과 대기업을 주무르고 대학 행정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는지 밝혀야 할 대목이다.
의혹이 양파처럼 까도 까도 끝없이 나오는데 명쾌한 답변은 어디서도 들을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비상시국에 난무하는 비방과 확인되지 않은 폭로성 발언”이라는 말만 남긴 채 여태껏 아무 해명이 없고 청와대 역시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언급 외에 어떤 말도 하지 않는다. 국민의 목소리를 전달해야 할 여당조차 ‘윗선’의 눈치를 보며 보호막 치기에 급급한 형국이다. 국민들의 의혹 해명 요구에도 최씨 주변에 쳐진 ‘침묵의 장막’이 열린 기미조차 안 보이니 답답할 뿐이다.
이대로라면 1년 반 남은 국정운영에 차질이 우려된다. 여소야대 정국 속에 청와대와 여당이 모처럼 잡은 ‘문재인의 대북 인권결의안 기권’이라는 반격 카드도 자칫 ‘물타기’ 의혹의 오해를 받을 수 있다. 벌써부터 박 대통령 책임론으로 비화할 조짐이 보인다. 언제까지 침묵으로만 일관할 생각인지 걱정스럽다. 사실이든 사실이 아니든 이쯤 되면 청와대 스스로 진상을 밝히고 일단락 지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