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단독]'친환경 가솔린車' 길 열린다

연료 상관없이 오염 배출 적으면

친환경차 인증받는 개정안 추진

이르면 내년부터 세제혜택 가능

클린디젤 정책은 유지 논란 불씨

오염 배출 기준을 만족하는 휘발유(가솔린) 차량도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는 친환경 차량으로 인정돼 각종 세제 혜택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최근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파문과 미세먼지 발생의 주범으로 지목된 경유(디젤) 차량 역시 정부가 정한 기준을 충족하면 친환경차로 인정받을 수 있어 논란의 불씨는 남겼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19일 “친환경차를 판단할 때 내연기관(휘발유·경유·천연가스)에 대한 별도 기준을 만들기로 했다”면서 “관련 법률 개정안이 시행되면 가솔린 차량도 오염물질 배출이 적을 경우 친환경차로 분류돼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친환경차 법률 개정안은 이달 11일 국회에 발의돼 내년 상반기 시행을 목표로 잡았다. 법안은 이찬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클린디젤’을 제외하는 내용을 담아 발의한 법률 개정안을 수정해 재발의될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개정안은 특정 연료에 대한 우대도 없지만 페널티도 없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라며 “환경오염물질 배출이 적다면 클린디젤은 물론 클린가솔린·클린LPG 모두 친환경차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환경친화적자동차(친환경차)는 ‘환경친화적 자동차 개발과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2009년 제정)’에 따라 전기와 태양광·하이브리드·연료전지·클린디젤 등으로 나뉜다. 친환경차로 지정되면 취득세 감면 등 각종 세제 지원을 받는다. 클린디젤의 경우 오염물질을 하이브리드, 또는 천연가스차와 유사한 수준으로 배출(2조 8항)해야만 친환경 차로 인증 받도록 제한돼 있다. 다만 현재까지 이 기준을 충족한 디젤차는 없다. 이 때문에 정부는 세제 혜택 대신 환경부 고시에 따른 저공해차량으로 인증해 차량당 10만~30만원의 환경개선부담금과 공영주차장 주차비를 할인해주고 있다.

관련기사





하지만 디젤 게이트와 미세먼지 논란이 커지면서 법 개정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다. ‘클린디젤=친환경차’라는 등식을 놓고 비판의 목소리도 높았다.

정부는 이에 따라 내연기관에 대해 친환경차로 규정할 자동차 엔진에 관한 법 조항을 손질하기로 했다. 법 조항을 ‘클린디젤→내연기관’ ‘경유→휘발유와 경유, 액화석유가스(LPG)·액화천연가스(LNG)’로 바꾸는 식이다. 이렇게 되면 법 조문은 ‘내연기관(←클린디젤)은 휘발유·경유·LPG·LNG(←경유)의 연소가 기관의 내부에서 이뤄져 열에너지를 기계적 에너지로 바꾸는 기관을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자동차’로 바뀐다. 대상이 더 넓어진 셈이다. 다만 이들 내연기관은 차후 용역을 통해 상세하게 정해질 오염물질 배출 기준을 충족해야 친환경차로 인정된다.

정부가 디젤을 친환경차에서 빼지 못하는 데는 나름의 고충도 있다. 무엇보다 디젤차를 친환경차 대상에서 아예 뺄 경우 지원할 근거가 사라진다. 디젤 시장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여전히 크다는 점을 감안할 때 부담이 컸다. 실제 현대와 기아차 등 국내 업체들은 투싼과 스포티지 등 경쟁력 있는 디젤차를 개발해 유럽에서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여기에다 정부가 디젤차에 ‘환경오염’이라는 낙인을 찍으면 국내 수요 위축은 물론 해외 시장 개척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특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2018년 연간 250만대 규모의 미국 픽업트럭 시장에 대한 관세가 사라지는데 디젤차를 옥죄면 신규 시장 진출 동력마저 사라질 우려도 나온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폭스바겐 사태는 ‘클린디젤’의 문제가 아니라 ‘조작’의 문제”라며 “선진국들이 전기차로 가고 있다지만 실상 내부 계획을 보면 2025년까지 각종 디젤차와 디젤하이브리드 개발 계획을 세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강승진 한국산업기술대 교수도 “조작 문제를 클린디젤 문제와 동일화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구경우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