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 - 반대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시청 편의성·공공성 침해 불보듯

KBS, SBS, MBC 등 지상파 방송사가 매출감소, 초고화질(UHD)방송 투자 재원 마련 등을 이유로 중간광고 허용을 강하게 요구하면서 이를 놓고 찬반 양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지난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이 가능하면 임기 내 지상파 방송 중간광고 문제의 개선 방안을 찾도록 하겠다고 밝혀 해묵은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는 양상이다. 찬성 측은 다른 유료방송이 하는 중간광고를 지상파만 규제하는 역차별을 고쳐야 하고 중간광고로 늘어난 재원으로 콘텐츠 질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반대 측은 중간광고로 시청 편의성과 방송 공공성이 크게 훼손되는 만큼 지상파 방송사들이 광고 수입 늘리기에 열중하기보다 조직규모를 줄이는 구조 개편에 나서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최근 SBS와 MBC가 자사 뉴스 프로그램까지 동원해 지상파 방송사에 중간광고를 허용해야 한다는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지상파 방송사에 중간광고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며 운동경기 및 문화, 예술행사와 관련된 방송 프로그램에 한해서만 예외적으로 중간광고를 허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상파 방송사들은 국내 광고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지상파 방송사의 광고매출이 줄어 재정적인 어려움에 처해 있다며 중간광고 허용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중간광고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무엇보다 먼저 고려해야 할 사항은 시청자의 권리와 이익이다. 중간광고를 포함한 모든 방송광고는 시청자들을 담보로 방송사들이 광고주로부터 경제적 이익을 취득하는 도구다. 만약 시청자가 없다면 광고주는 절대로 방송사에 광고료를 지불하지 않을 것이다. 방송사는 시청자들 덕분에 광고라는 도구를 이용해 경제적 이윤을 획득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광고정책을 논의할 때도 무엇보다 시청자들의 이익을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지난달 20일 지상파 방송사 후원으로 열린 세미나에서 발표된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상파 방송사의 중간광고 도입을 반대하는 의견이 전체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7.1%를 차지하고 찬성하는 응답은 26%에 머물러 반대 의견이 찬성 의견보다 약 두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상파 방송사들에 경제적 이윤을 담보해주는 시청자들이 중간광고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결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중간광고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지상파 방송사들은 도대체 시청자의 이익과 권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 것일까. 혹시 시청자들의 이익과 권리는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시청자들을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이와 함께 공공의 자산인 전파를 이용해 경제적 이윤을 획득하는 지상파 방송사에 중간광고가 도입이 되면 종합편성채널이나 케이블 방송사들처럼 방송 프로그램의 공공성과 질이 저하될 위험성이 크다.

관련기사



현재 종편과 케이블방송사들은 더 많은 광고를 유치하기 위해 시청률 전쟁을 치르고 있는데 시청률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방송 콘텐츠를 무분별하게 제작, 방송하고 있다. 방송의 품위와 사회 공익적인 기능은 상실한 채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프로그램들을 무차별적으로 방송하는 것이다. 만약 지상파 방송사에 중간광고가 도입이 되면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종편이나 케이블 방송사들처럼 지상파 방송사들도 더 많은 광고를 유치하기 위해 시청률 경쟁에 뛰어들게 될 것이고 이는 지상파방송 프로그램의 질을 떨어뜨려 결국 시청자들의 피해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즉 중간광고 도입은 광고주의 영향력이 더욱 커져 지상파 방송사들이 시청률 위주의 프로그램을 제작하게 돼 선정적이고 자극적이며 흥미 위주의 프로그램이 더욱 기승을 부리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또한 지상파 방송사에 중간광고를 허용할 경우 방송 프로그램의 상업화가 가속화돼 현재도 시청자들의 시청권을 침해하고 있는 간접광고(PPL)와 협찬 등이 더 늘어나게 돼 시청자들의 불편을 초래하고 방송의 공영성 유지에도 부작용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중간광고 도입 없이 지상파 방송사의 재정적인 어려움을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먼저 몸집을 줄여야 한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자체 채널 이외에 자회사인 드라마·예능·스포츠 관련 케이블방송사(PP)들을 만들어 운영하는 등 조직의 규모를 키워왔다. 광고시장이 위축되는 상황에서도 몸집만 무제한급으로 키워온 것이다. 그리고 이제 와서 큰 몸집을 유지하기 위해 중간광고를 허용해달라고 조르고 있다. 뉴미디어 시대에는 방송국의 규모보다 양질의 방송콘텐츠 생산이 중요하다. ‘응답하라’시리즈나 ‘미생’, 그리고 서바이벌 음악경연 프로그램 등 지상파 방송사보다 규모는 작지만 좋은 프로그램으로 성공한 케이블방송사들의 사례처럼 지상파 방송사들도 불필요한 인력을 줄이고 조직을 콘텐츠 제작 효율성이 높은 형태의 조직으로 슬림화할 필요가 있다. 영국의 BBC도 직원을 12% 감원하는 등 경영 효율화를 통해 연간 3%의 예산을 절감해 디지털 방송 재원을 충당했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조직 슬림화나 제작시스템 개혁 등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매체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보다는 중간광고와 같은 제도적 지원을 통한 손쉬운 방법으로 자신들의 재정적인 어려움을 타개하려는 시도는 방송의 존재 이유인 시청자들을 무시하는 행위라고밖에 볼 수 없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