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꽁꽁 묶인 '시민의 발'...불안 떨며 지하철 타는 시민들

철도노조 '나 홀로 파업' 역대 최장기 돌입

사망사고부터 열차 지연·연착 등 사고 줄이어

20일에도 1호선 온수역서 스크린도어 오작동

화물 운행률 하락에 손실 커…해결 여부 안갯속

철도노조 파업이 20일로 24일째를 맞으며 역대 최장기 파업으로 기록됐다. /출처=이미지투데이철도노조 파업이 20일로 24일째를 맞으며 역대 최장기 파업으로 기록됐다. /출처=이미지투데이




전국철도노동조합 파업이 20일로 24일째를 맞으며 역대 최장기 파업 기록을 갈아치웠다.

문제는 파업이 지속 되면서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어 시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7일 출근 시간인 오전 8시 4분께 서울 지하철 1호선 종로3가역에서 인천행 열차가 고장으로 14분간 멈춰 섰다. 해당 열차는 파업 탓에 대체 기관사가 운행 중이었고 대처 과정에서 미숙함이 드러났다. 지하철이 고장 났다는 방송은 나왔지만 언제쯤 정상운행이 가능한지는 안내되지 않았다. 승객들은 기다려야 할지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해야 할지를 두고 혼란을 겪었다. 1시간30분이 지나서야 운행이 재개되면서 발이 묶였던 시민들의 불만이 증폭됐다. 이틀 후인 19일에는 안타까운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이 날 오전 7시18분께 서울 지하철 5호선 김포공항역에서 내리던 36살 남성 김모씨가 스크린도어와 전동차 사이에 끼어 숨진 것. 전동차와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인 김모씨는 열차가 출발하면서 4-1지점에서 3-4지점의 비상문으로 7.2m 가량 밀려났다. 사고 직후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8시 18분경 결국 숨을 거뒀다. 이 날 오전 9시부터 경고성 일일파업에 들어갔던 서울지하철노조와 5678서울도시철도노조는 두 시간만인 11시 파업을 중단하고 업무에 복귀했다. 사망사고로 인한 부담과 여론 악화를 의식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정상운행이 시작된 20일에도 서울 지하철 1호선 온수역의 스크린도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채 전동차 문만 열려 승객들이 불안에 떠는 일이 발생했다. 오전 8시2분께 스크린도어 오작동 사고가 발생하면서 열린 출입문 앞에 선 한 승객은 물러서다 뒤쪽 승객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해당 승객은 “김포공항역 사고가 생각나 무서웠다”며 “시민의 발이라는 수식어가 너무도 안 어울린다”고 토로했다.


파업의 핵심은 성과연봉제다. 철도노조는 지난달 27일 파업을 시작하며 “코레일이 지난 5월 30일 이사회를 열어 철도노조와 제대로 된 단체교섭 없이 일방적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해 임금체계를 변경했다”며 “보충교섭에 성실히 응하지 않아 오전 9시를 기해 총파업에 돌업한다”고 선언했다. 24일째 이어온 이번 파업의 경우 노사가 좀처럼 양보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철회 시점은 가늠이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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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에 대한 의문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철도 파업이 정당성을 잃고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출·퇴근시간대를 피해 대개 9시부터 파업이 진행되기는 하지만 고객 불편은 불가피한 상황. 운행률을 높이기 위해 대체인력을 투입한다는 사실도 미덥지 않다는 반응이다. 코레일은 필수유지 인력과 대체인력을 활용하며 열차 운행률을 평시의 80% 이상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화물열차 운행률은 40%대 불과하다. 다음 주 후반부터는 KTX 등 열차 운행률이 40%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보여 운송 차질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 지하철노조는 파업 3일만인 지난 달 29일 파업을 종료하고, 다음날인 30일 부산 지하철노조도 파업을 중단했다. 화물연대는 정부의 ‘화물 운송시장 발전방안’에 반대하며 지난 10일부터 화물 운송 거부에 돌입했지만, 열흘만인 19일 파업을 철회하면서 철도노조의 파업만 4주째 이어지고 있다.

코레일은 20일 자정까지 직원들에게 업무에 복귀하라는 최종 업무복귀 명령을 내렸다. 시한 내 복귀하는 직원은 가급적 선처하되 시한을 넘긴 경우는 파면·해임 등 중징계 대상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노사 양측 중 한편이 포기해야 합의가 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직원 복귀보다 열차 안전운행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철도노조 관계자는 “파업의 목적에 어느 정도 접근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계속 진행할 수밖에 없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김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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