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경영 환경, 전쟁터와 같아" 최태원SK회장 '워룸' 설치 특명

각 계열사에 비상경영상황실 구축

위기 관리 능력 업그레이드 지시

최태원 SK그룹회장최태원 SK그룹회장




SK그룹 계열사들이 전쟁터에서 어울릴 법한 워룸(Crisis War Room·비상경영상황실) 설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기업을 둘러싼 경영 환경이 전쟁터처럼 위태롭다는 인식이 밑바탕에 깔린 조치다.

20일 SK그룹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SK텔레콤·SK하이닉스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들은 각사마다 핵심 경영진이 모여 긴급한 현안을 논의하는 워룸의 설치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워룸은 전쟁시 수뇌부가 모여 전황을 파악하고 작전을 협의하는 곳이다. 기업에 대입하면 급박한 현안이 발생했을 때 최고경영자(CEO) 이하 간부들이 모여 실시간으로 대응할 수 있는 공간인 셈이다. 계열사들은 SK 사령탑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와 각사 워룸을 연결해 그룹 중심부와 계열사 간 빠른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룸 아이디어는 최 회장이 지난 14일 끝난 하반기 CEO 세미나에서 제안했다. 그는 “현재 SK 안팎의 경영 환경은 전시라 불러도 될 정도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며 “각 계열사에 워룸을 설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SK의 한 관계자는 “당장 워룸 설치를 결정한 계열사는 없지만 CEO들이 최 회장의 위기 의식을 무겁게 받아들인 만큼 조만간 윤곽이 드러나지 않겠냐”면서 “다만 워룸을 둘지 여부는 어디까지나 각 계열사들이 자유롭게 결정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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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회장은 워룸을 설치함으로써 SK 계열사들이 실제 위기 발생 때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사전 장치를 마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최근 줄기차게 위기의식을 강조하며 계열사의 혁신을 주문하고 있다. 전 세계 경기가 장기 침체 국면에 놓인 가운데서도 SK 계열사들은 꾸준한 수익을 올리고 있지만 급작스런 변수 발생시 단기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나 한진해운 법정관리가 촉발한 물류대란이 대표적 사례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최 회장은 바이오·인공지능(AI)·에너지 같은 신사업의 육성 못지않게 위기관리 능력의 강화도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SK는 이미 워룸을 설치했던 전례도 있다. SK C&C(현 SK㈜ C&C)는 미국발 금융위기가 세계를 휩쓸던 2009년 초 당시 김신배 CEO(부회장)의 주도로 창사 이래 최초로 워룸을 설치했다. 이와 함께 SK C&C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해 임원 성과급의 17.2%를 반납하고 부서별로 40~50%씩 비용을 줄인 바 있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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