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정책

“경영권 자주 바뀌는 상장사 투자 조심하세요”

금감원, 무자본 M&A 불공정거래 주의보

9월 말까지 7개 종목 45인 적발 후 제재

상장법인 A사는 지난해 말 중국의 대기업 자회사와 제휴 계약을 맺어 현지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러한 내용이 언론에도 보도되자 일반투자자들이 주식을 대거 사들이면서 A사의 주가는 갑작스럽게 치솟았다.

화려한 계약의 이면에는 사채업자와 저축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려 기업 경영권을 산 뒤 인수 주식을 담보로 제공한 대표이사 B씨 등 4명의 기업 사냥꾼이 있었다. B씨가 사진까지 찍어가면서 계약을 맺은 곳도 사실 중국의 영세한 개인기업에 불과했다. 이들은 실현 가능성이 낮은 다른 허위 계약 내용도 기업설명회(IR) 등을 통해 유포해 매출액이 많이 늘어날 것처럼 포장하고 다녔다.

이후 A사의 주가가 급등하자 B씨 등 4명은 인수 주식 대부분을 처분해 120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했다. A사는 결국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며 상장폐지 됐고 일반투자자들의 보유 주식은 휴짓조각이 됐다.


금융감독원은 20일 경영권이 자주 바뀐 상장사 중에서 무자본 인수합병(M&A) 관련 불공정거래 기획 조사를 벌여 7개 종목에서 45명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불공정거래 혐의자 중 9명은 검찰에 고발됐으며 33명은 수사기관에 통보 조처됐다. 이들 45명이 취한 부당이득 규모만 총 680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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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본 M&A는 기업 경영권 인수자가 자금을 빌려 인수하는 것을 의미한다. 차입으로 경영권을 인수한 투자자는 허위 공시와 시세조종 등을 통해 주가를 띄운 뒤 보유 주식을 처분해 부당이득을 취하는 사례가 많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금감원이 올해 적발한 무자본 M&A 불공정거래의 또 다른 사례를 보면 상장법인 C사가 외부 투자를 유치해 재무 상태를 개선한 것처럼 일반투자자를 속이기 위해 허위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공시한 사건도 적발됐다. C사에는 유상증자 자금이 유입되지 않고 사채업자로부터 빌린 돈으로 경영권을 인수한 시세조종 전력자 3명이 이득을 봤다. 아울러 상장폐지 회피를 목적으로 특정 종목에 시세조종 주문을 내거나 기업 인수 관련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주식 거래를 한 사례 등이 금감원의 조사망에 포착됐다. 특히 올해 불공정거래 혐의로 조사가 이뤄진 7개 종목 중 6곳이 코스닥시장 상장사였다. 3개사가 상장폐지 됐으며 1개사는 관리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강전 금감원 특별조사국장은 “대주주의 지분율이 낮고 최근 경영권이나 사명을 자주 변경하는 종목은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며 “앞으로 지속해서 조사를 벌이고 혐의가 발견되면 엄정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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