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공짜복지에 멍드는 국가재정] 복지지출 이대론 10년뒤 3배로 늘어...속도조절 나서야할 때

<하>포퓰리즘속 자라나는 '재정 암세포' 해법은

지출은 OECD 절반수준 그치지만 증가속도 너무 빨라

재원조달계획 없는 '공약' 지양하고 선별적 복지로 가야

증세땐 근로면세자 비율 축소 등 '국민 고통분담' 필요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회복지 분야 재정지출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014년 21.6%)의 절반 수준(10.4%)에 불과하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 각종 현금성 복지수당·서비스 지출이 잇따라 도입되면서 지출 비중은 OECD 국가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복지 확대는 현대국가가 추구해야 할 당연한 목표다. 문제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무차별적으로 지급되는 무상복지를 중심으로 급증하는 복지지출이 국가 재정을 갉아먹는 것은 물론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경제의 발목까지 잡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서울경제신문은 복지 분야 전문가인 김용하 순천향대 IT 금융경영학과 교수, 안상훈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고경환 한국보건사회연구원정보통계 연구실장과 재정 전문가인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로부터 진단과 해법을 들어봤다.


우선 전문가들은 한국의 복지지출 증가 속도가 빠르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고경환 실장은 “최근 10년간 한국의 복지지출 연평균 증가율은 12.0%로 34개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며 “6년 후면 2배, 10년 뒤에는 3배로 늘어난다는 얘기인데 이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라고 말했다. 실제 OECD 국가의 연평균 증가율은 2~8% 수준이다. 김용하 교수는 복지가 OECD의 절반 수준이라는 점을 들어 증가는 불가피하다면서도 “속도 조절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참여정부와 박근혜 정부 복지정책의 뼈대를 만드는 작업에 참여했던 안상훈 교수는 기본적으로 복지지출의 확대가 필요하다면서도 이른바 현금을 나눠주는 무상복지 증가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유럽 국가들이 현금복지를 늘렸던 시기는 세금도 넉넉하게 낼 때였다”며 “현금복지가 나쁘다는 게 아니라 한국은 그렇게 럭셔리하게 복지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복지지출 증가의 주요 원인인 포퓰리즘 공약에 대해서도 “최근 논문도 한 번 안 써본 사람들이 국회에 진출해 아동수당을 제안하고 그러는데 정치논리로 가면 현금복지가 통한다”며 “애들이 비싼 돈 들여 사준 책보다 세뱃돈을 원하듯 사람들은 돈을 좋아한다. 표가 필요한 정치인에게는 현금복지가 더 매력적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제대로 된 복지를 늘려야 하는데 자꾸 이상한 것을 늘리자고 해서 걱정된다”며 “노동 동기를 침해할 수 있는 현금복지보다는 서비스복지가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 실장은 복지 포퓰리즘 공약을 차단할 수 있는 방법으로 복지지출 총량제를 제안했다. 그는 “사회보험은 법으로 적립 배율을 정해 기금이 마이너스로 떨어질 것 같으면 보험료나 급여를 조정하는 자동 안정화 장치가 필요하다”며 “공공부조나 사회서비스는 국민의 복지 수요와 국가의 재정 부담 능력 등을 고려해 미리 총량을 정해놓고 그 범위 안에서 지출하도록 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하 교수는 “복지공약을 모두 포퓰리즘으로 몰고 가서는 안 된다”면서도 “다만 재원조달계획이 마련되지 않은 복지공약은 지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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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식 교수는 보편적 복지 확대로 인한 재정 건전성 악화를 우려했다. 김정식 교수는 “고령화, 일자리 부족 등으로 복지 수요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재원이 한정돼 있는 상황에서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선별적 복지가 아닌 보편적 복지를 늘리는 것은 재정 건전성을 급격히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재정 건전성 확충을 위한 증세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김정식 교수는 “세계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법인세율을 올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다만 대기업에 대한 법인세 감면 폭을 손봐 실효세율을 높이는 방법은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근로소득세 인상과 관련해서는 최고구간 신설 정도가 활용 가능한 카드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 실장도 현재 48.1%에 이르는 근로소득세 면제자 수를 줄여 ‘국민개세주의’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면세자 비율이 48.1%라는 것은 국민의 반만 부담하고 반은 무임승차한다는 얘기”라며 “소득이 많으면 많은 대로 적으면 적은 대로 모두가 십시일반으로 부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지재원 마련을 위해 증세가 필요하다면 특정 계층을 상대로 하기보다는 국민이 다 같이 부담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모두 우리나라가 결국 ‘중부담-중복지’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김용하 교수는 중복지를 하자면서 저부담을 고수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저복지-저부담, 중복지-중부담 중 어느 것이 옳고 그르다고 구분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중복지 하자면서 저부담을 고수하는 미스매칭, 다시 말해 복지지출 재정을 국가채무를 늘려 조달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

임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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