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처음학교로' 가자

지성애 중앙대부속유치원 원장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이다. 유치원 교사로서 가을은 봄에 코흘리개로 들어온 유아들이 부쩍 성장한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끼는 시기다. 동시에 내년에 새로 만나게 될 유아들을 맞이할 준비에 설레면서 분주하기도 하다.

하지만 이맘때 유치원 원서접수를 위해 수많은 학부모들이 줄을 서고 직장을 다니는 학부모들도 추첨을 위해 연달아 연차를 내서 직접 발걸음을 하는 모습을 보면 죄송한 마음 그지없었다. 학부모의 불편을 해소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차에 교육부가 유치원 입학을 위한 원서접수·추첨관리 등을 온라인으로 처리할 수 있는 ‘처음학교로’ 시스템을 개발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반가운 마음에 우리 유치원은 교사들과 의논해 시스템에 참여하기로 했다.


지난 4월 정부가 이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후 사립유치원들 사이에서는 접수 및 추첨 경쟁률이 노출돼 유치원 간 서열화가 고착화하고, 연쇄 이동에 따른 미달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교육부는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해 유치원별 경쟁률 정보는 생성하지 않기로 했고 유아들의 중복합격에 따른 연쇄 이동을 최소화하기 위해 학부모 선택권도 3회로 한정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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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시스템 보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립유치원들은 여전히 학부모들이 국·공립 유치원에만 지원해 사립유치원이 미달사태를 겪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온라인 시스템에 참여했다가 오히려 모집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것은 아닐지 우려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새로운 제도 도입에 따른 유치원 현장의 막연한 심리적인 불안감이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 유치원이 학교기관으로서의 위상을 구축하고 선진화된 교육행정시스템을 갖춰가기 위한 또 하나의 과정이라 본다. 유아교육연구자로서 처음학교로의 성공적인 도입을 계기로 유치원이 학교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하고 선진화된 공교육기관으로서 인정받고 재도약하기를 바란다.

지성애 중앙대부속유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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