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시장이 8월 이후 맥을 못 추며 박스권에 갇힌 가운데서도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거나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불린 기업들의 주가는 큰 폭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은 국내 주요 증권사들의 기업분석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이른바 ‘무관심 종목’이지만 탄탄한 실적과 사업성을 갖춘 기업들이 상당수여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23일 서울경제신문이 코스닥지수가 700선이 무너지며 박스권 등락을 시작한 8월 초부터 지난 21일까지 코스닥 주가 상승률 상위 30개 종목을 분석한 결과 절반이 넘는(17개) 56%가 증권사가 커버하지 않는 종목인 것으로 집계됐다. 코스닥 시장에서 ‘잘 나간다’는 종목 2개 중 1개는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들도 잘 모르는 곳이라는 얘기다. 코스피 대형·중형주에 집중돼 있는 증권사의 커버리지 종목은 개인투자자가 외국인·기관에 비해 정보력에서 밀리는 경우가 많지만 코스닥의 무관심 종목은 개인투자자의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수익률 상위 미분석 종목 가운데서 주목해볼 만한 이슈는 신사업 진출이다. 기존 사업에서 안정적인 매출을 유지하면서도 신성장동력 마련을 위해 사업 다각화에 나서는 기업은 주가 상승률도 가파른 것으로 나타났다. 도금설비 업체 케이피엠테크는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국내외 바이오벤처 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케이피엠테크는 9월 미국 신약개발업체인 엠마우스라이프사이언스에 1,700만달러를 투자해 15조원 규모의 겸상적혈구빈혈증(SCD) 치료제 아시아 판권 확보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21일에는 국내 바이오 기업 비보존의 유상증자에도 참여해 대주주의 지위에 올랐다. 엠마우스는 현재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추진 중이며 비보존은 마약성 진통제신약(WZ-149)의 미국 임상 2a상을 완료한 상태다. 국내 증권사 중 케이피엠테크와 관련한 리포트를 낸 곳은 전무하지만 주가는 8월 초 대비 64.78% 급등했다.
국내 최초로 모바일 기업 메시징 서비스를 개발한 인포뱅크는 최근 자율주행차를 신성장동력으로 삼으면서 투자자의 관심을 끌고 있는 업체다. 인포뱅크는 2014년부터 현대모비스·고려대와 공동으로 정부의 자율주행차 관련 연구개발(R&D) 과제인 ‘자동차 전장 전자제어시스템(ECU) 간 보안전송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자율주행차·스마트카 관련 인포뱅크의 특허 수는 100개에 달한다. LCD장비업체 디이엔티도 최근 자동차 전장부품 사업 진출을 계기로 주가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 디스플레이 부품업체 넥스트아이는 19일 화장품 및 화장품 원료 제조업을 하는 뉴앤뉴 지분의 20%를 취득하며 신규 사업에 진출, 주가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한때 테마주로 묶였지만 꾸준한 실적 성장을 바탕으로 주목 받는 기업도 있다. 셋톱박스 업체 홈캐스트는 2014년 황우석 박사가 최대주주인 에이치바이온에 투자해 2대 주주가 됐다. 이후 황우석 테마주로 분류돼 줄기세포 관련 이슈가 나올 때마다 주가가 요동쳤지만 이제는 본업인 셋톱박스의 성장성이 더 주목을 받는 상황이다. 홈캐스트는 셋톱박스 업황호조로 올 1·4분기에 각각 매출 415억원, 영업이익 78억원으로 분기 사상 최대실적을 낸 데 이어 2·4분기에도 매출액 387억원, 영업이익 72억원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홈캐스트는 21일 기준 8월 초 대비 주가 상승률이 111.93%로 가장 높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실적과 사업성을 두루 갖춘 알짜 기업의 경우 시장 상황과 별개로 높은 수익률을 내고 있다”며 “변동성이 높은 정치 테마주나 확인되지 않은 소문만 듣고 주식을 매수하는 ‘묻지마 투자’ 대신 ‘흙 속의 진주’를 찾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