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JTBC "최순실, 대통령 연설문 44개 발표 전 미리 받았다"

최씨 컴퓨터 파일 입수·분석

靑 비서진 교체 내용도 먼저 확인

시민단체 투기자본감시센터 윤영대 대표(왼쪽)를 비롯한 관계자들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에서 고발장을 들고 안으로 들어서고 있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이날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모금 과정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면서 최순실씨와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재단의대표 및 이사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연합뉴스시민단체 투기자본감시센터 윤영대 대표(왼쪽)를 비롯한 관계자들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에서 고발장을 들고 안으로 들어서고 있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이날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모금 과정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면서 최순실씨와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재단의대표 및 이사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씨가 무려 44개의 대통령 연설문을 공식 발표 전에 미리 받아본 것으로 드러났다고 JTBC가 24일 보도했다.


앞서 JTBC가 최씨의 측근인 고영태씨의 말을 빌어 “최순실씨가 유일하게 잘 하는 게 대통령 연설문을 수정하는 것”이라고 보도한 것에 대해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은 지난 21일 “정상적인 사람이면 그걸 믿을 수 있겠나”라며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얘기”라고 일축한 바 있다.

하지만 이날 JTBC가 최씨의 컴퓨터 파일 200여 개를 입수·분석한 결과, 이같은 사실을 확인하면서 정치권에 큰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JTBC는 이날 보도에서 “최씨가 연설문 44개를 파일 형태로 받은 시점은 모두 대통령이 연설을 하기 이전이었다”며 “최씨가 이 문건을 받아 열어본 시점은 대통령이 실제 발언했던 것보다 길게는 사흘이나 앞섰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연설문이 지난 2014년 3월28일 독일 드레스덴 연설이다. 박 대통령 연설이 시작된 건 한국 시각으로 3월 28일 오후 6시40분이었지만 최씨가 파일 형태로 전달된 원고를 열어본 건 3월 27일 오후 7시20분으로 하루가 앞섰다고 JTBC는 전했다. 특히 최씨가 미리 받아본 원고 곳곳에는 붉은 글씨가 있었고 박 대통령이 실제로 읽은 연설문에서 일부 내용이 달라지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보도에 따르면 연설문뿐 아니라 은밀한 인사 관련 자료도 최씨에게 넘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JTBC는 2013년 8월5일 오전 허태열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비서진의 대거 교체 내용을 담은 대통령의 ‘국무회의 말씀’ 자료를 최씨가 하루 전날 받았다고 보도했다. 최씨가 문제의 ‘국무회의 말씀’ 자료 문서를 마지막으로 열어본 시간은 2013년 8월4일 오후 6시27분으로 돼 있었다. 청와대 인사 결정을 하루 전에 미리 알았던 셈이다.

최씨가 받은 대통령의 연설문에는 붉은색으로 고친 흔적도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21차 수석비서관회의’라는 제목의 문건에는 곳곳에 밑줄이 쳐져 있고 내용 순서를 바꾼 수정 흔적도 있었다고 JTBC는 보도했다.

박 대통령이 서유럽 순방(2013년 10월 31일)을 앞두고 개최한 수석비서관 회의 자료 파일 역시 최씨가 마지막으로 수정한 시간은 2013년 10월31일 오전 8시19분으로 기록돼 있었다. 하지만 수석비서관 회의는 문서가 수정된 직후인 같은 날 오전 10시에 열렸다. 수서비서관 회의가 열리기 2시간여 전에 비서관 회의 자료를 열람하고 수정까지 했다는 얘기다.

JTBC에 따르면 이 문서들이 작성된 PC의 아이디는 ‘유연’이었다. 유연은 최씨의 딸 정유라씨의 개명 전 이름이다.

나윤석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