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궁길에 고즈넉하게 자리잡은 성곡미술관의 조각공원에 가을이 내렸다. 100여종의 나무가 단풍 절정기를 맞아 울긋불긋 옷을 갈아입었고 아르망, 조성묵 등의 거장 작품들도 최근 보존·복원을 마쳐 운치를 더한다. 미술관 카페에서 커피 한잔 마시고 ‘성형예술’로 유명한 오를랑의 ‘테크노바디’전을 큐레이터 해설과 함께 할인된 입장료로 감상하면 금상첨화다.
단풍이 절정을 이루면서 가을의 낭만과 예술의 정취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단풍 속 미술관’이 발길을 끈다. 한국미술관협회는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에 맞춰 전국의 등록 사립미술관 69곳에서 자연과 미술을 만끽할 다양한 행사를 기획했다고 26일 밝혔다.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에 있어 고궁의 단풍을 만끽할 수 있는 사비나미술관은 단풍관람 후 미술관으로 향하는 관객을 위해 ‘오후4~5시 큐레이터 토크’를 마련했다. 계절에 맞춰 색을 바꾸는 단풍처럼 인간이 주변환경과 숨어들게 한 엠마핵의 ‘카무플라주(위장술) 아트’를 감상할 수 있다. 서울숲 인근의 헬로우뮤지엄은 가족 소풍을 즐기는 어린이 관람객을 겨냥해 ‘놀이시작’전(展)을 열고 있다.
남도를 대표하는 한국화가 소치 허련의 화실 ‘운림산방’이 있는 전남 진도군 첨찰산의 상록수림 너머 오색단풍 속에 위치한 장전미술관은 고서화 전시를 통해 남도의 예술향을 과시한다. 이곳에서는 조약돌과 점토로 원숭이를 만들어보는 예술체험을 할 수 있다. 국내 최대의 은행나무 군락지로 수령 100년 이상의 토종 은행나무들이 한옥 마을을 금빛으로 물들인 충남 보령 성주면의 모산조형미술관은 지역 특산물인 고급 석재 오석 위에 은행잎과 야생화를 눌러 찍는 압화 기법으로 자신만의 문패를 만드는 행사를 진행한다. 또 단풍과 코스모스, 푸른 바다를 한폭의 그림으로 감상할 수 있는 강원도 양양의 일현미술관은 일상의 장소에서 특별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작품들로 ‘일상 여행하는 법’ 전이 열리고 있다.
은빛 억새와 단풍이 절정을 이룬 광주 무등산국립공원 초입의 무등현대미술관은 광주비엔날레와 연계해 베른 크라우스, 정송규 등의 전시를 선보인다. 부산타워와 용두산공원 산책길을 즐길 수 있는 부산 한광미술관은 ‘먹과 붓의 예술, 풍속화로 조선 문화읽기’ 전시를 마련했고 풍속화를 직접 그려보는 체험프로그램도 준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