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화훼 등과 함께 김영란법에 따른 직격타 1순위로 꼽혀온 골프용품이 백화점과 대형마트에서 판매 양극화 현상을 빚고 있다.
법 시행으로 저가 클럽을 들고 회사 돈으로 골프에 나서 온 접대·영업용 골퍼들은 지갑을 닫는 반면 고가 클럽을 들고 운동을 즐겨온 취미용 골퍼들은 여전히 소비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업계는 전체 골프용품 시장에서 대형마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더 큰 만큼 올 들어 국내 용품시장 규모도 그만큼 줄어들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김영란법이 본격 시행된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23일까지 의류를 포함한 전체 골프용품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0% 감소했다. 롯데마트도 이달 1일부터 20일까지 골프용품 매출이 19.2% 급감했다. 같은 기간 이마트 탁구·테니스용품 매출이 19.3%·8.4%씩 오르고, 롯데마트에서도 피트니스·탁구·테니스·수영 등 스포츠 용품 관련 매출이 12%에서 많게는 46% 가량 오른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하락세다. 특히 해당 기간이 정부 주도 할인 쇼핑 축제인 코리아세일페스타 기간과 겹쳤던 점을 감안하면 골프용품 판매 성적표는 충격적인 수준이란 게 업계의 평가다.
반면 백화점은 김영란법 효과에 아랑곳하지 않고 골프용품 판매에 선방해 대조를 이뤘다.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23일까지 골프용품 매출이 지난해보다 7.1% 신장하며 백화점 전체 신장률(5.5%)을 크게 앞질렀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도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23일까지 골프용품 매출이 5.1% 더 늘면서 백화점 전체 신장률(5.0%)을 웃돌았다고 설명했다. 신세계백화점에서도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23일까지 골프용품 매출은 5.4% 신장했다.
김영란법 시행 이후 골프용품 판매 실적이 대형마트와 백화점에 따라 이렇게 엇갈리는 이유는 두 채널 간 주 소비층의 성격이 상당히 다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중적인 브랜드를 주로 판매해 온 대형마트는 개인적으로 골프를 즐길 여력은 없지만 업무·접대·영업 등을 이유로 골프용품을 사야 했던 소비자들이 집중돼 파장이 컸다는 것이다. 골프장은 법인카드 등 회삿돈으로 이용하고 용품은 마트에서 개인 돈으로 구입했던 일반 직장인·소규모 사업자들이 김영란법의 영향으로 골프장 출입을 자제하게 되면서 대형마트 골프용품 소비가 위축됐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고가 브랜드가 집중된 백화점은 취미로 골프를 즐기는 주 소비층이 몰려 있어 법에 따른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대비 백화점 판매율은 코리아세일페스타와 각종 백화점 이벤트 효과가 더해지며 다른 품목 못지않게 판매 호조를 보였다는 후문이다.
이와 관련,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 점포 수가 백화점보다 압도적으로 많은데다 최근 골프 대중화의 여세를 몰아 관련 시장이 급팽창했던 점을 고려해 볼 때 백화점이 선전했더라도 전체 골프용품 판매 시장은 지난해보다 줄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