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대 학생들이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을 머쓱하게 만들었다. 박 시장이 서울시립대 등록금 전액 면제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히자 학생들이 반대하며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박 시장의 공약으로 지난 2012년부터 서울시립대 반값 등록금이 시행되면서 재원 부족 등의 문제로 교육의 질이 떨어졌다고 보고 이번 ‘0원 등록금’ 방안에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학생들에게 등록금 전액 면제를 내년에 시행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애초 박 시장이 진지한 검토와 협의도 없이 개인 인터넷 방송에서 0원 등록금 방안을 불쑥 내놓은 것이 화근이었다. 근본적으로는 야권의 유력 대선 주자인 박 시장이 청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포퓰리즘 정책을 내놓으며 벌어진 해프닝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박 시장은 최근 포퓰리즘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은 정부와 극심한 갈등을 빚은 청년수당 정책이다. 서울시는 8월 서울시 거주 청년 2,831명에게 현금 50만원씩 청년수당을 지급했고 이후 보건복지부의 직권취소 조치로 지급이 중단된 상태다. 청년수당은 생계가 어려운 청년들의 취업활동을 돕는다는 취지와 달리 연 소득이 2억~3억원대로 추정되는 중상류층 가정의 자녀들에게도 지급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메트로·서울도시철도공사 등 서울시 주요 투자기관의 성과연봉제 도입을 노사 합의로 결정하기로 한 것도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이다. 성과연봉제에 반대하는 노동조합과 박 시장의 입장을 고려하면 사실상 성과연봉제를 도입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서울시가 성과연봉제 노사 합의 결정 방침을 밝힌 지 열흘가량 지나 서울지하철 노조는 박 시장이 역점사업으로 추진하는 지하철 양 공사의 통합 논의를 재개하겠다고 나섰다.
이 밖에 시위 진압 물대포에 서울시 소화전의 물을 공급하지 않겠다는 박 시장의 발언도 논란을 빚었다. 포퓰리즘은 정책의 실효성과 현실성은 도외시한 채 특정 세력의 인기에만 영합하려는 정치 행태를 말한다. 박 시장의 포퓰리즘 정책들은 1~2%의 지지율 등락에 목을 매는 대권 주자 간 경쟁에는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포퓰리즘 정책의 부작용과 이에 따른 혼란, 경제적 부담은 고스란히 1,000만 서울시민의 몫이다.
‘디테일에 강한 시장’으로 평가받던 박 시장은 대권 경쟁에 뛰어들며 항상 지니고 다니던 수첩을 버렸다고 한다. 현장에서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시정에 반영하던 수첩들이다. 그리고 디테일이 사라진 자리를 포퓰리즘이 대신하고 있다.
박 시장이 포퓰리즘의 유혹을 뿌리치고 과거처럼 ‘미스터 디테일’로 돌아가 시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꼼꼼히 챙기는 것이 오히려 대권 주자로 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jyle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