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후폭풍을 간신히 떨친 ‘유커주’가 중국의 경제보복 가시화에 또다시 무너졌다. 유커(중국인 관광객)에 매출이 좌우되는 화장품·면세점 종목 주가가 일제히 연중 최저가까지 떨어지며 지수를 하락세로 끌어내렸다. 시장 관계자들은 “이번 중국의 조치가 실질적으로 적용될 경우 장기적으로 관련 업종의 실적·주가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2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아모레퍼시픽(090430)은 전날보다 7.12% 떨어진 34만5,500원에 장을 마감해 연중 최저가를 기록했다. 한때 유가증권시장에서 4·5위까지 올라섰던 시가총액 순위도 이날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아모레퍼시픽뿐 아니라 화장품 업종은 대부분 추락했다. 코스맥스(192820)는 8.49% 하락해 11만8,500원으로 연중 최저가를 다시 썼으며 LG생활건강(051900)과 한국콜마(161890)는 각각 8.34%, 8.26%씩 주가가 하락했다. 시가총액 비중이 큰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등이 급락하며 화장품이 속한 화학 업종지수도 전 거래일 대비 2.22% 하락했다. 특히 기관투자가들은 고평가됐던 화장품주의 차익실현에 나서기도 했다.
대표적인 유커주로 꼽히는 카지노·레저 업종과 면세점주도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GKL(114090)과 파라다이스(034230)는 이날 각각 주가가 6.80%, 5.02%씩 하락해 종가 기준 연중 최저가 가까이 하락했으며 호텔신라(008770)·신세계(004170) 등 주요 면세점 관련 주가도 5% 이상 떨어졌다.
이날 시장에서 주가가 크게 하락한 종목은 대개 중국인 관광객을 주요 고객으로 하는 ‘유커주’다. 이들은 전날 중국 정부가 내년 4월까지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 수를 전년보다 20% 줄이라는 구두 지침을 내렸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장 시작과 함께 주가가 바닥까지 내려앉았다. 업계 관계자는 “해당 지침이 시행된다면 4·4분기뿐 아니라 내년까지 실적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며 “관련 업종에 대한 실적·주가 전망이 장기적으로 하향 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 전문가들도 여행 성수기인 중국 국경절 반짝 증가세를 보였던 유커의 방문이 11월부터 심리적 불안감에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당분간 관련 업종에 대한 주가 눈높이를 낮추고 보수적으로 접근할 것을 조언했다. 다만 여행업은 최근 출국자 숫자가 늘고 있어 외형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인해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사드 배치 때 주가가 하락했던 음원주는 2017년에 모멘텀이 풍부하고 면세점을 운영하지 않는 모두투어(080160)도 타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카지노와 면세점, 유통업체, 화장품 업체는 단기 유커 급감에 따른 위축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주가 약세가 예상된다”고 말했다.